중국 단둥 지역을 방문한 여행 유튜버에게 북한 종업원이 "괴뢰입네까"라고 묻는 모습. /레리꼬 LET IT GO
중국 단둥 지역을 방문한 여행 유튜버에게 북한 종업원이 "괴뢰입네까"라고 묻는 모습. /레리꼬 LET IT GO

한국의 여행유튜버가 중국 단둥 지역을 찾았다가 북한 종업원으로부터 ‘괴뢰입니까’라는 말을 듣는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여행 유튜브 ‘레리꼬 LET IT GO’는 북한 신의주와 국경을 맞댄 중국 단둥을 방문한 영상을 지난 23일 올렸다. 이 유튜버는 조선족이 운영하고 북한 종업원이 일하는 숯불구이 고깃집을 들렀는데, 북한 종업원과 유튜버가 대화하는 장면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영상을 보면 유튜버가 한국말로 주문하자 북한 출신으로 보이는 여성 종업원이 “혼자왔습네까”라며 관심을 보였다. 이어 “근데 어느 나라 사람입네까 조선족입네까 아니면 괴뢰입네까”라고 물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괴뢰(傀儡)’를 ‘꼭두각시놀음에 나오는 여러 가지 인형’, ‘남이 부추기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라고 풀이한다. 북한은 미국 제국주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는 뜻으로 한국을 비방할 때 ‘괴뢰’라는 멸칭을 사용한다.

이 말을 들은 유튜버는 “괴뢰요? 괴뢰라는 말씀을...”이라며 소리내며 웃었다. 그러자 종업원은 “괴뢰 아닙니까?”라고 말한 뒤 재차 중국어로 “조선족입니까 한국인입니까”고 물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유튜버는 영상에 담기지 않은 대화들을 풀어놓았다. 이 유튜버가 농담조로 “괴뢰 소리는 처음이다. 괴뢰는 좀 아니지 않나요?”라고 하자, 해당 종업원이 ‘풉’ 하고 웃었다는 것이다. 이 유튜버가 “솔직히 웃기시죠 괴뢰 소리?”라고 말하자, 이 종업원은 웃음을 참는 표정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여행 유튜브 '레리꼬 LET IT GO'에 올라온 장면. /레리꼬 LET IT GO
여행 유튜브 '레리꼬 LET IT GO'에 올라온 장면. /레리꼬 LET IT GO

종업원은 또 “큰소리내면 안 된다. 조용히 하십시오”라고 했다. 유튜버가 ‘왜 말을 못하게 하느냐’고 하자, 종업원은 “한국인이랑 소통하는 게 안 된다”는 답을 했다고 한다. “그런 게 어디 있느냐”는 유튜버의 농담에, 이 종업원은 “저희는 이제 한민족이 아니지 않습네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종업원은 그러면서도 유튜버에게 “이렇게 남조선분이랑 대화하니까 유쾌하고 즐겁습네다”라고 말했으며, “건강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유튜버의 덕담에 “동무도 많이 받으시라요”라며 답했다고 한다.

네티즌들은 “괴뢰 그냥 웃기다” “유튜브 표정이 ‘내가 무슨 소릴 들은거지?’라는 모습” “영상은 재미있는데 저 종업원은 괜히 걱정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연말 전원회의를 통해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북한은 김정은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와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에서 대남 기구 정리 및 ‘통일’ ‘민족’ 개념 삭제를 지시한 이후 후속 조치를 이행 중이다.

과거 북한은 일반적인 대남 호칭으로 ‘남조선’을 사용했다. 이는 남과 북이 한민족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서 ‘남조선’은 사용되지 않고 있다. 대신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을 지칭할 때 ‘괴뢰’ ‘괴뢰한국’ ‘대한민국’ 등의 표현을 섞어 사용하고 있다. 이는 한국을 더는 한민족이나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 다른 국가로 보겠다는 북한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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