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했던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7일 규모 2.1 자연 지진이 발생했다고 기상청이 8일 밝혔다. 핵실험장이 있는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서만 올 들어 6번째 지진이다.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이후 이곳에서 44번째 자연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지질 전문가는 “풍계리 일대의 지반 붕괴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며 “대규모 7차 핵실험을 한다면 핵 재앙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6차 핵실험 전까지 길주군에선 단 한 차례의 자연 지진도 관측되지 않았다.

2017년 6차 핵실험 당시 길주군 일대엔 규모 5.7 인공 지진이 발생했다. 역대 핵실험 중 가장 강력한 진동이었다. 북한은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했는데 150kt 규모 폭발력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위력이 15kt이다.

북한은 단단한 화강암 지대인 길주군 풍계리 지하에 핵실험장을 만들었다. 강력한 폭발 진동을 견뎌야 핵 물질 유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6년 1차 핵실험부터 2016년 5차 핵실험 때까지 풍계리 일대는 인공 지진만 기록됐다. 그런데 6차 핵실험 이후엔 자연 지진이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7~2020년까지 이 일대 자연 지진은 한 자릿수였지만 2021년 10번, 2022년 11번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6차 때와 비슷한 규모의 7차 핵실험을 한다면 지반 붕괴 등으로 방사능이 빠져나와 한반도 일대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풍계리 일대는 핵실험 직후인 2017년 9~12월까지 자연 지진이 7차례 발생했다. 핵실험으로 규모 5.7 인공 지진이 발생하자 그 여파로 자연 지진이 생긴 것이다. 규모 3.0~3.9 지진이 2차례 있었다. 이후 2018~2020년에는 지진이 각각 3차례, 4차례, 3차례 발생하면서 지반이 안정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재작년부터 지진 횟수가 두 자릿수로 늘어났다. 2017년 이후 한 번도 없었던 규모 3.0 이상 지진도 작년에 다시 발생했다. 2017년 전까지 한 번도 지진이 없던 안정된 지대가 북한에서 가장 불안정한 땅으로 변한 것이다. 6차 핵실험 이후 지반이 계속 무너지고 뒤틀리고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그래픽=양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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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북한이 6차 핵실험과 비슷한 규모로 7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경우다. 지반이 수시로 붕괴할 만큼 약해지고 뒤틀린 상태에서 7차 핵실험을 한다면 기존 지반이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호막이 깨져 방사성물질이 유출되면 북한은 물론 동북아 일대가 오염될 수 있다. 6차 때처럼 9월 이후 핵실험을 했다가 ‘사고’가 나면 더 큰 재앙이다. 9월부터 북쪽의 대륙고기압이 발달해 북풍(北風)이 내려오기 때문이다. 서풍을 타고 세계 곳곳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수질·토양오염도 문제다. 길주군 출신 탈북민은 “길주는 핵실험장인 풍계리 만탑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한데 모이는 바가지 모양 지형”이라고 했다. 길주 일대 수맥이 방사성물질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6차 핵실험 이후 탈북한 지역 주민 10명을 대상으로 피폭 검사를 진행한 결과, 5명이 ‘염색체 이상’ 판단 기준인 250mSv(밀리시버트)를 초과했다. 48세 여성은 ‘발암 확률 급증’에 해당하는 1386mSv를 기록했다. 원전 종사자의 연간 허용치가 50mSv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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