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서열 1위 김승겸 합참의장이 최근 전군 주요 지휘관들에게 “(우리 군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기 조직을 훈련시키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없는 점”이라며 “폼 잡는 게 장군이 아니다”라고 질타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김승겸 합동참모의장. 2023.1.26/뉴스1
 
김승겸 합동참모의장. 2023.1.26/뉴스1

김 의장은 지난 27일 각 군 작전사령관과 군단장급 이상 주요 지휘관들을 화상으로 연결해 북한 무인기 대응과 관련한 ‘결전 태세 확립 회의’를 4시간 이상 열면서 이같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회의에서 “이런 방식으로 하면 실전에서 여러분 또 당하고 어려움 겪는다”며 “훈련 방식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그는 “지휘관들 전부 높으신 분들 앉아가지고 팔짱 끼고...가장 많은 일을 해야 할 분들이 거룩하신 말씀만 하면...”이라며 “폼 잡고 싶으면 다 해놓고 잡으라”고 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김 의장은 “회사로 치면 여기 나와 있는 CEO들… 회사 말아먹는 지휘관이 없길 바란다”는 말도 했다.

합참의장이 비공개 회의라고 해도 전군 주요 지휘관들을 대상으로 직설적인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군 수뇌부가 최근 북 무인기 사건에서 드러난 군의 대응 태세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군 주요 지휘관들이 참석하는 ‘결전 태세 확립 회의’도 지난 10일에 이어 27일까지 세 차례나 열렸다. 김 의장은 “합참 작전본부는 (북 무인기가 침투한) 12월 26일 이후 (뒤처리 때문에) ‘올 스톱’일 정도로 엄중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10일 회의에선 한 지휘관이 살짝 웃는 모습을 보이자 “지금 웃고 있을 상황이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안팎에선 군의 실전 훈련 부족과 안이한 태도 문제는 김 의장이 직설적으로 비판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지난 정부에서 ‘훈련 아닌 대화로 나라 지킨다’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과 야외기동 훈련이 중단되면서 상당수 지휘관은 “훈련보다는 사고 방지가 우선”이란 의식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훈련을 다시 강조하는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지휘관들이 지난 수년간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군의 북 무인기 대응 작전과 관련해 “육군 1군단장과 수도방위사령관은 지난 12월 26일 당시 왜 고속 상황 전파체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는지 확인 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또 “기술적인 분야보다는 그동안 ‘대충’ 했던 훈련과 교육들이 이번 상황 조치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며 “지휘통제(C4I) 훈련을 제대로 하고 북 무인기 관련 루트와 복귀 차단선 운용 등을 실전적으로 현장 점검하라”고도 했다. 군 당국은 500MD 헬기를 북 소형 무인기로 상정해 훈련을 해왔는데 레이더에 잘 잡히는 500MD 헬기로 훈련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김 의장은 또 “상급 제대가 하급 제대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적 행위’”라며 “‘내부 총질’을 하는 말을 더는 하지 말라. 최종 책임은 합참이고 의장”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 10일 회의에선 “최근 소형 무인기 도발을 벌인 북한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도발할지 모른다”면서 “현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북한 도발 양상을 100가지가량 뽑아 철저히 대비하고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