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 주유엔 북한대사가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가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북한이 유엔총회에서 북한의 핵무장을 ‘자위권 행사’로 정당화하며, 북핵에 대응한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핵 위협을 경계하며 핵 군축을 호소하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걷어차고 ‘핵 폭주’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마지막날 연설에서 북한이 전술핵 선제사용을 공식화한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데 대해 “30년에 걸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군사 위협으로부터 주권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 또다른 정답을 찾은 것”이라며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이 자위적 핵보유를 문제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30년간 미국의 간악한 적대정책이 오늘의 현실을 만들었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면서 “우리에 대한 미국의 적대정책과 군사적 공갈이 가중될수록 이를 억제하기 위한 우리 힘도 강화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2022.9.25/뉴스1
 
지난 25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2022.9.25/뉴스1

그는 지난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시험으로)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대목을 그대로 인용한 뒤 “미국이 일방적으로 만들어놓고 압박하는 유엔 제재는 인정한 적 없고,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사는 대북 제재를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해서도 “안보리가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인 자위권 행사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평등과 내정 불간섭을 명시한 유엔 헌장의 기본 정신을 부정하는 모순적 처사”라고 비난했다. 향후 7차 핵실험 강행시 안보리의 제재가 이뤄지더라도 무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그러면서도 북핵 대응을 위해 재개된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 “미국은 이 시각에도 조선반도 주변에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합동 해상연습을 벌려놓으려 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조선반도 정세를 전쟁 접점으로 몰아가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매우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6일(현지시각)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를 계기로 모인 각국 대표단과 함께 '국제 핵무기 제거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고위급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제7차 핵실험을 앞둔 북한은 국제사회의 요청에도 핵 무장은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수단이라며 유엔 안보리의 제재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6일(현지시각)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를 계기로 모인 각국 대표단과 함께 '국제 핵무기 제거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고위급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제7차 핵실험을 앞둔 북한은 국제사회의 요청에도 핵 무장은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수단이라며 유엔 안보리의 제재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김 대사는 지난해 유엔 연설에선 비슷한 기조로 연설하면서도 미국을 향해 “합동군사연습과 전략무기 투입을 영구 중단하면 대화 제의에 기꺼이 화답하겠다”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으나, 올해 연설에선 강경한 톤으로 일관했다. 그는 “미국이 주장하는 국제질서는 국제법 위에 미국의 이익을 올려놓고 다른 나라들은 이에 복종할 것을 요구하는 제국주의적 세력 구도”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대사는 미국에만 비난을 집중할 뿐, 한국은 이날 18분 연설에서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앞서 20일 윤석열 대통령도 유엔 연설에서 북핵 위협 등에 대해선 따로 거론하지 않았다.

김 대사는 북한이 코로나 사태를 100여일만에 종식시켰다며 이는 북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코로나 사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논의를 위한 한·미의 접촉 제의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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