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시민 15만명 앞에서 - 문재인(가운데)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맨 왼쪽)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에서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손을 맞잡고 관중석의 평양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평양시민 15만명이 참석한 이날 공연 끝 무렵 문 대통령은 단상에 올라 “’남쪽 대통령’으로서 김정은 위원장 소개로 인사말을 하게 되니 그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 군중을 상대로 한 한국 대통령의 연설은 처음이다.
 
평양 시민 15만명 앞에서 - 문재인(가운데)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맨 왼쪽)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에서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손을 맞잡고 관중석의 평양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평양시민 15만명이 참석한 이날 공연 끝 무렵 문 대통령은 단상에 올라 “’남쪽 대통령’으로서 김정은 위원장 소개로 인사말을 하게 되니 그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 군중을 상대로 한 한국 대통령의 연설은 처음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하던 2018년 9월 당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가 공개됐다. 그는 “향후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각하와 직접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한다”며 “지금 문 대통령이 우리 문제에 대해 표출하고 있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친서를 보낸 시점은 김정은이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과 ‘9·19 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이틀 뒤다. 당시 두 사람은 선언문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 기자회견에서 “완전한 비핵화의 완성”을 말했고, 북한 군중 앞에서 “남쪽 대통령”이라고 연설했다. 다음 날 김 위원장과 함께 백두산에 올라가 손 잡고 사진도 찍었다. 김정은은 뒤로 문 대통령을 협상에서 배제해 달라는 친서를 썼는데,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본심도 모르고 북이 연출한 평화 쇼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문 정부에 대한 북한의 이중적 태도는 퇴임 후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작년 4월 알려졌던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미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대북 정책을 “변죽만 울렸다”고 비판하자, 트럼프는 선언문을 내고 “내가 알게 됐던 (그리고 좋아했던) 김정은은 단 한 번도 문재인 대통령을 존중한 적이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도자로서, 협상가로서 약했다”고도 했다.

북한이 내팽개친 9·19 선언과 ‘비핵화 쇼’에 대한 미련을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은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9·19 공동선언 4주년 때 문 전 대통령은 “4년 전 오늘, 나와 김정은 위원장은 반목과 대립, 적대의 역사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전쟁 없는 한반도의 시작’을 만방에 알렸다”고 했다. 9·19 군사합의에 대해선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핵 선제 공격 가능성을 명시한 법을 만들면서 “절대로 비핵화란 없으며 그 어떤 협상도,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고 선언한 직후였다. 그렇게 속았으면서도 계속 농락당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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