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향해 거듭 ‘담대한 구상’을 제안하며 호응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확고한 비핵화 의지만 보여주면 거기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도와주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대화를 통한 비핵화 진전을 강조하면서 북한 체제 보장과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존의 ‘선(先)핵폐기, 후(後)보상’ 방식과는 다른 접근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할 경우 정치·경제·군사 지원을 포함한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면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면 미·북 관계 정상화를 포함한 외교적 지원과 재래식 무기 체계의 군축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확고한 비핵화 의지만 보여주면 대북 지원에 나서겠다고 했다. 완전한 핵 폐기가 이뤄지기 전이라도 협상 진전에 따라 대북 제재의 부분 해제를 추진하거나 대북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북 제재 해제는 북한이 가장 원하는 조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정치·군사·경제 3트랙으로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면서 포괄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재래식 무기 군축 협상과 관련, “포괄적 합의 이후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따라 단계별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면 이어서 재래식 무력에 대한 군축도 함께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던 것과 비교할 때 북한 입장에선 더 진전된 제안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리가 (북에) 의제를 먼저 줘야 앞으로 의미 있는 회담 내지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체제 보장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저나 우리 정부는 무리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 급변 등을 인위적으로 조성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제일 중요한 것은 남북한 간의 지속 가능한 평화 정착이고 북한에 대해 여러 가지 경제적·외교적 지원을 한 결과 북한이 자연스럽게 변화한다면 환영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항구적인 세계 평화에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전제”라며 “어떠한 상황이 되더라도 확장 억제를 더욱 실효화하고 강화해 나가는 것을 우선적인 과제로 생각할 계획”이라며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담대한 구상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고자 진정성을 담은 과감한 제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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