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7일 오전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신형 미사일 개발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그리고 전날 개시한 한미 연합훈련 사전 연습 등을 겨냥한 도발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틀 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진정성 있게 나오면 과감하게 보상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이날 “오늘 새벽 북한이 평안남도 온천에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을 탐지했다”고 밝혔다. 한미 군 당국은 비행거리 등 상세한 제원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지난 6월 5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72일 만에 재개한 것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로만 따지면 네 번째다. 순항 미사일 발사는 현 정부 출범 이후로는 처음이고, 올해 들어서는 1월에 이어 두 번째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은 아니지만, ‘족집게식’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춰 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사거리 1500km 이상의 신형 중장거리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위협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보통 수십m 상공으로 낮게 날아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아 탐지·요격이 어렵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북한 도발과 관련, 오전 9시 안보실 중심으로 회의를 열고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북한이 17일 순항미사일 도발을 한 것은 타격 정밀도가 높은 신형 순항미사일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군사 목적과 함께 한미 연합훈련을 강화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무력시위’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내 식량 위기, 코로나 전염병 확산 등 각종 난관에도 무기 개발을 계획대로 이어가며 대남 압박 전술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군과 정보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지난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2020년부터 지금까지 2년여간 순항미사일을 10여 차례 발사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1월 25일 발사한 이후 7개월 가까이 순항미사일을 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 발표한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 계획을 진전시켜 나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노동당 대회에서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그해 10월에는 국방과학발전전람회와 열병식 등을 통해 신형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2종도 공개했다. 신형 순항미사일이 지난해 9월엔 1500㎞, 지난 1월엔 1800㎞를 각각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한미 연합연습에 대한 무력 시위 성격도 있다. 한미는 지난 16일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의 사전 연습인 위기관리연습을 시작했다. 다음 주부터는 5년 만에 대규모 야외 실기동 훈련이 포함된 본연습에 들어간다. 문재인 정부 시기 축소·취소된 한미 연합훈련을 윤석열 정부에서 복원·확대하자 북한이 이에 대해 미사일 도발로 맞대응했다는 것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은 항상 한미 연합연습 전후에 비난 성명과 무력시위 등으로 반발했다”며 “이날 순항미사일 발사도 UFS 연합연습에 대한 반발 성격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연설에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면 협상 초기 단계부터 유엔 대북 제재 일부 면제를 국제사회와 협의하며 파격적인 대북 경제 협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이 같은 구상에 대해 이틀째 아무런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채 미사일 도발로 응수한 셈이다.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도발은 코로나, 식량·경제 위기 등 각종 악재로 인한 내부 민심 동요를 잡으려는 의도도 포함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중국 등으로부터 식량·의약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최근 김정은이 코로나 방역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고열을 심하게 앓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김정은 고열’ 발언은 코로나 사태로 동요하는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현재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를 앞두고 사전 위기 관리 연습이 시행 중인 점을 고려해 북한의 미사일 추가 발사 등 추가 도발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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