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26일 "화선 전장을 달리는 미더운 보건전사들"이라며 '최대 비상방역체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보건 관계자들의 '희생정신'을 조명했다./2022.05.26/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신문은 26일 "화선 전장을 달리는 미더운 보건전사들"이라며 '최대 비상방역체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보건 관계자들의 '희생정신'을 조명했다./2022.05.26/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코로나 감염 의심자 급증으로 전국을 봉쇄한 가운데 지난해에는 ‘비둘기·야생동물·대북전단’을 접촉한 행위를 ‘반역’으로 규정하고 비판과 처벌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26일 입수한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주민 강연자료에는 “주민들이 비둘기와 야생동물, 비디오물, 적지물(대북전단)과 접촉하여 엄중한 방역 위기를 조성했다”며 “조국의 방역장벽에 파열구를 낼 수 있는 엄중한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게 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자료의 제작·배포 시점은 작년 5월 8일이다.

방역 위반 사례로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은 비둘기와 야생동물 접촉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여러 지방에서 변전소 노동자들과 협동농장 농장원, 고등중학교 학생들이 비둘기를 맨손으로 잡는 등의 행위가 적발돼 3개 군과 1개 리가 완전 봉쇄됐다.

야산에서 발견한 죽은 멧돼지와 옹노에 걸린 꿩, 죽은 노루를 가족들과 함께 끓여 먹거나 밀매한 사례, 학생들이 버드나무에 올라 까치 둥지를 털면서 새끼까치와 접촉한 사례, 죽은 오리 3마리를 맨 손으로 집은 사례도 소개됐다. 강연자료는 “XX군 도시건설대 전 초급당비서는 지난 3월 종업원 30여명과 함께 작업도중에 발견한 멧돼지를 몽둥이로 때려 잡고는 통채로 불에 구워 집체적으로 먹는 청도개비 짓을 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땅에 떨어진 적지물(대북전단)이나 한국 제품을 줍거나 접촉한 행위를 ‘위험천만한 행동’으로 규정했다. 강연자료는 “지방의 한 중학생이 주변 야산에서 발견한 2장의 삐라(전단)를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집에 내려왔다가 다음날 주변에 주둔하고 있는 군부대에 찾아가 군인들에게 넘겨주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의 한 오물장에서 출처불명의 괴뢰산(남한제) 손전화기(휴대폰)를 발견하고 해당 기관에 신고할 대신 집으로 가져갔고, 한 대학생은 대학기숙사 앞에서 발견한 괴뢰 쇠돈(동전)을 각성 없이 손으로 주어 주머니에 넣고 있다가 사품정리를 하는 과정에 발견하고 보고하는 ‘멍텅구리 짓’을 하여 수백명의 접촉자들이 격리됐다”고도 했다.

강연자료는 “XX군 XX고급중학교 학생은 파비닐을 수집하다가 야산에서 양대가리 모양의 비닐풍선을 발견하고 손에 들고 집으로 가져갔다”며 “XX협동농장 농장원은 지난 4월 3일 어린이들이 리 상점(리에 세워진 국영상업시설) 주변에서 가지고 놀던 적지물로 의심되는 비닐풍선을 방역기관에 통보하지 않고 자체로 소각 매몰하는 각성 없는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단히 엄중하고 묵과할 수 없는 반당적, 반국가적, 반인민적 행위라고 밖에 달리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바닷물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오염될 것을 우려해 어업과 소금 생산을 금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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