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위부(국정원 격)가 탈북자 재입북 공작을 위해 남한에 파견한 탈북 여성이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우리 공안 당국에 체포·기소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국화’라는 대호(암호명)로 활동한 이 40대 여성은 함경북도 온성 출신의 송모씨로 알려졌다. 송씨는 온성에서 노동자로 일하다 2003년 10월 탈북해 중국 랴오닝성에서 중국인과 결혼해 살았지만, 공안에 체포돼 2007년 2월 강제 북송당했다. 약 2년간의 노동단련대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송씨는 2012년부터 중국 휴대전화를 이용해 탈북민들과 연락을 취하며 이들이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는 돈을 전달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송금 브로커 일을 했다. 송씨가 보위부에 포섭돼 정보원이 된 건 2014년 2월이다. 2016년 5월에는 함경북도 보위부 소속 해외비밀공작원에 정식 등록하면서 대호명으로 ‘국화’, 보위부와 사용할 암호로 ‘상품거래’ 용어를 부여받았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송씨는 한국 내 탈북자 A씨의 연락처를 보위부에 넘겨주고, 그가 보위부에 협조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보위부는 이를 통해 탈북자들에게 연락해 ‘북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협박하며 재입북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송씨가 연락처를 넘겨준 탈북자 A씨와 연결된 B씨는 보위부 협박을 받다 2016년 9월 동거녀와 함께 중국으로 출국, 재입북했다. 그는 같은 해 11월 북한 방송에 나와 남한을 비난하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송씨는 2018년 12월 베트남·라오스·태국을 거쳐 국내에 입국했다 올 초 체포됐다. 하지만 송씨는 “탈북자 연락처는 북한에 있을 때 보위부에 넘겨준 것이고, 한국에 들어온 뒤에는 보위부와 연락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탈북민 사회에서도 “송씨는 보위부 실적 압박에 회의감을 느끼고 한국에 정착하려 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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