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당 창건 76년 기념강연회를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당 창건 76년 기념강연회를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중국과 접경지역인 북한 양강도 근처 마을에서 최근 일가족 4명이 강을 건너 탈북했다. 이례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시인 ‘1호 방침’이 떨어지면서 국경 지역의 분위기는 더 흉흉해졌다고 한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일가족 4명이 지난 1일 새벽 국경 경비에 빈틈이 생긴 순간을 노려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탈북한 일가족의 집에는 평소 국경경비대원들이 자주 드나들었는데, 이들은 그중 유독 친하게 지내던 국경경비대 부분대장(하사)이 근무하는 날을 노렸다. 미리 수면제를 섞은 탄산음료와 빵을 준비해둔 일가족은 1일 새벽 해당 부분대장에게 음식을 건넸다. 그와 함께 경계 근무를 서는 하급병사까지 챙기는 척하면서 탄산음료와 빵을 하나씩 더 챙겨주기도 했다. 이 가족은 국경경비대원들이 잠이 든 틈을 타 별 탈 없이 강을 건넜다. 그간 밀수로 생계를 이어온 가족이었기에 중국으로 통하는 길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국경경비대는 이들의 탈북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고, 즉각 중앙 국가보위성까지 보고됐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2일 “억만금을 들여서라도 민족반역자를 무조건 잡아와 본보기로 강하게 처벌하라”는 내용의 1호 방침이 떨어졌다. 또 “인민이 군인에 약을 먹이고 도망쳤다는 것은 심각한 군민관계 훼손 행위로, 국경 군민의 사상을 전면 검토하라”는 지시도 담겼다고 한다.

탈북한 일가족이 건넨 음식을 먹고 잠이 든 부분대장은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 이들이었고, 일가친척 중에 도주자도,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없는 소위 ‘혁명적인’ 집안의 주민들이었다”고 진술했다. 다만 가족들은 최근 국경 지역에 장벽과 고압선이 설치되자 “앞으로 밀수를 못 하게 되면 희망이 없다. 밀수를 못 하면 사람처럼 못 산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보위성은 중국 내 보위성 요원들에게 체포 임무를 내리고 중국 공안 등에도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접경 마을에 내려와 군인들이 어떤 주민의 집에 자주 드나드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매체는 “이 사건이 양강도 전체에 다 소문으로 퍼졌다”며 “이 일로 국경 지역의 분위기는 더 흉흉해졌다”고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