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국제인권연맹(FIDH), 세계기독교연대(CSW) 등 전 세계 40개 인권 분야 비정부기구(NGO)가 193개 유엔 회원국들에 서한을 보내 “북한과의 양자·다자 관계에서 안보와 인권을 주요 의제로 함께 다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단체들은 북한의 노동당 창당 76주년(10일)을 맞아 발송한 서한에서 “단순히 안보에 초점을 맞추거나 정치적 대화를 반복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비핵화 논의에 치우친 기존의 대북 접근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북한의 열악한 인권 문제를 정면 제기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번 서한 발송에 뜻을 함께한 단체는 서방뿐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전 세계에 걸쳐 300여 곳에 달한다. 1922년 설립된 FIDH에만 192개 단체가 회원으로 있다. 이들은 이번 서한에서 “북한 주민들은 1945년 노동당 창당 이후 김씨 일가의 잔혹한 통치 아래 고통받고 있다”며 “북한의 지독한 인권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지도자 김정은과 노동당에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 정권은 주민들이 굶주리는 상황에서도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계속 개발하는 등 주민들의 기본권을 묵살한 채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들은 특히 북한이 작년 말 한류 등 외부 문물의 유입을 막기 위해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서한은 “김정은은 지난 4월 젊은이들 사이에 외국의 말투와 머리 모양, 복장이 유행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며 “북한 당국이 이를 행동으로 옮기면 가뜩이나 취약한 주민들의 사생활 권리가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했다. 이 단체들은 유엔 안보리에도 북한 인권을 논의할 정기 회의 개최,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추가적인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북한 인권 감시 활동 등을 촉구했다.

이 단체들의 주장은 대외 정책에서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궤를 같이한다.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대중 정책에서 홍콩과 신장·위구르 등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있다”며 “대북 정책에서도 한국·일본의 납북자, 정치범 수용소 등의 인권 이슈를 건드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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