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2일 니어재단(이사장 정덕구) 주최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일·중 전문가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미북 북핵 대화 재개 전망, 가속화하는 미중 경쟁 속 바람직한 지역구조를 주제로 화상 토론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차관보,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중국에서 자칭궈 정협 상무위원, 왕둥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 일본에서 다나카 히토시 전 외무성 심의관, 다카하라 아키오 도쿄대 교수, 한국에서 신각수·김성한 전 외교차관 전재성 서울대 교수, 김흥규 아주대 교수가 화상으로 참여했다. / 오종찬 기자
 
2021년 7월 22일 니어재단(이사장 정덕구) 주최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일·중 전문가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미북 북핵 대화 재개 전망, 가속화하는 미중 경쟁 속 바람직한 지역구조를 주제로 화상 토론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차관보,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중국에서 자칭궈 정협 상무위원, 왕둥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 일본에서 다나카 히토시 전 외무성 심의관, 다카하라 아키오 도쿄대 교수, 한국에서 신각수·김성한 전 외교차관 전재성 서울대 교수, 김흥규 아주대 교수가 화상으로 참여했다. / 오종찬 기자

니어(NEAR)재단과 조선일보가 22일 개최한 4국 전문가 외교안보 세미나에서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해 온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악마화한 트럼프 정부의 대중 접근법을 물려받았다”며 “북한 비핵화 이슈 등에서 미국을 도와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은 중국의 역할을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 중국 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미국은 (미·북 대화) 교착 상황이 별로 불편하지 않다”고 했다. 북핵 이슈의 우선순위 자체가 낮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중국이 북한 비핵화 이슈에서 ‘비협조’를 경고하자 미국이 ‘협조 따윈 필요없다’고 일축하는 모습이 현재의 미·중 갈등 양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미·중 간 반목이 북한 비핵화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란 전망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이기도 한 자칭궈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 정책이 협력(cooperation), 경쟁(competition), 대결(confrontation)의 3C라고 하는데 대결만 있는 1C 혹은 협력만 쏙 빠진 2C 아니냐”며 “중국은 이제 바이든 행정부의 선의를 기대하지 않고 갈등·대결을 각오할 것”이라고 했다.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전 일본 외무성 심의관이 “미국은 중국의 공격적인 정책에 대응한 것일 뿐”이라며 미국을 두둔하자 자 교수는 “중국도 그러한 미국의 태도에 대응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 등이 “비확산의 문제인 북핵을 미·중 갈등의 종속변수로 보느냐”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던 공약은 유효한가”라고 묻자 자 교수는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인데 미국에 협력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중국의 협력 없이는 북핵 이슈에 대한 다자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미·중 갈등을 해소할 새로운 지역 협력의 틀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아주대 김흥규 교수는 “(미·중 데탕트를 설계한) 키신저의 시대는 끝났다”며 “보다 포용적이고 개방된 지역 협력의 틀을 만들기 위해 미들파워(중견국)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전통적 플랫폼은 문제 해결의 장이 되기보다는 전쟁터가 될 공산이 크다”며 특정 이슈·목적에 따라 이합집산이 가능한 임시 협의체를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다카하라 아키오(高原明生) 도쿄대 교수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상을 거론하며 “전략적 관점으로만 보면 경쟁밖에 없지만, 경제적 관점에 주목하면 공존과 협력의 공간이 열린다”고 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중국이든 미국이든 독자 생존력을 갖춘 나라는 없다”며 “(미·중이) 이제 한배에 타고 오월동주(吳越同舟)하며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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