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각)미국 뉴욕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 참석한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자발적 국별 검토(VNR)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유엔 홈페이지
 
13일(현지 시각)미국 뉴욕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 참석한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자발적 국별 검토(VNR)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유엔 홈페이지

“정치범 강제노동 문제에 대한 해법은 뭔가.”(한국 인권단체)

“왜곡된 사실에 근거한 질문엔 답을 안 하겠다.”(북 유엔대사)

유엔 화상회의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두고 유엔 주재 북한 대사와 한국의 대북 인권 단체가 설전(舌戰)을 벌였다. 유엔 무대에서 북한 당국자가 한국 인권 단체와 한자리에 앉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1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화상으로 열린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선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참석해 15분간 북한의 경제 발전 상황에 대한 ‘자발적 국별 검토(VNR) 보고서’를 발표했다. 북한의 발표는 올해 처음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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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 시각)미국 뉴욕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 참석한 송한나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원이 북한 측에 질문을 하고 있다.
 
유엔 홈페이지 13일(현지 시각)미국 뉴욕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 참석한 송한나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원이 북한 측에 질문을 하고 있다.

북한의 발표가 끝난 뒤 토론 시간에 한국의 대북 인권 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송한나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연구원이 질문을 시작했다. 송 연구원은 김 대사에게 북한의 장애인, 아동 인권, 여성 인권, 강제 노동, 계층 간 차별 문제, 코로나 방역 봉쇄 과정에서 드러난 인권침해 문제를 쉴 새 없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광산과 집단농장에 고아가 된 아이들을 동원하고, 정치범들에게 강제노동을 시키고,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자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물었다.

그러자 김 대사는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왜곡된 사실에 기반한 질문”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송 연구원이 재차 질문하자 김 대사는 장애인 권리 문제에 대해서만 “우리는 장애인 권리에 대한 국제적 수준을 충족하며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인권 이슈에 대해서는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북측은 앞서 발표에서는 북한 내부에 성폭력과 인신매매가 만연한다는 보고에 대해 ‘공화국(북한)에서는 여성에 대한 심리적, 육체적 폭력 사건이 없다’고 했다. 송 연구원은 본지 통화에서 “한국 단체들이 지난주 유엔을 통해 사전에 질문지를 보내자 북측이 회의에 불참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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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한나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원은 13일(현지시각)유엔 회의에서 화상회의 가상배경에 ‘No Civil Society Participation, No Progress in North Korea’(북한에는 시민사회 참여도 없고, 진보도 없다)는 자막을 통해 북한 인권상황을 간접 비판했다. 이에 주최측은 북한의 요구에 따라 송 연구원의 발언 중 가상배경이 보이지 않도록 화면을 강제로 꺼버렸다.
 
유엔 홈페이지 송한나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원은 13일(현지시각)유엔 회의에서 화상회의 가상배경에 ‘No Civil Society Participation, No Progress in North Korea’(북한에는 시민사회 참여도 없고, 진보도 없다)는 자막을 통해 북한 인권상황을 간접 비판했다. 이에 주최측은 북한의 요구에 따라 송 연구원의 발언 중 가상배경이 보이지 않도록 화면을 강제로 꺼버렸다.

이날 송 연구원은 화상회의 가상 배경화면에 ‘No Civil Society Participation, No Progress in North Korea’(북한에는 시민사회 참여도 없고, 진보도 없다)는 글을 새겨넣었는데, 북측은 이에 대해서도 강력히 항의했다. 그러자 주최 측은 송 연구원이 김성 대사에게 질문을 하는 도중 문구가 안 보이도록 화면을 끄고 음성만 들리도록 하기도 했다. 송 연구원은 “의장국이 친북 성향의 파키스탄이어서 북측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북한의 주장과 달리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하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북한 장애인들은 평양에서 추방되고, 수용소 내에서 강제 불임 시술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북한을 방문한 유엔 장애인인권특별보고관은 신축 건물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회 기반시설에 신체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는 2018년 북한인권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는 광범위하고 심각하다”고 했다. NKDB 등 대북 인권 단체들도 지난 6월 유엔에 제출한 ‘북한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고 성분에 따라 직업을 가지는 북한 성인들은 70일에서 100일 정도 휴식 없이 일해야 한다”며 “이를 따르지 않으면 처벌을 받거나 충분한 양의 식량 배급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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