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북한을 흔들다] /강동완 교수 저서

[한류, 북한을 흔들다] /강동완 교수 저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장마당 세대인 2030 세대를 겨낭해 ‘인간개조론'을 언급했다. 한류 등을 접하면서 외부 세계를 동경하고 개인주의에 익숙한 청년층이 자칫 체제를 위협하는 불만 세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 9일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당세포의 과업은 인간 개조 사업을 적극 벌리며 집단 안에 서로 돕고 이끄는 공산주의적 기풍이 차 넘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청년 세대의 사상 정신 상태에서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당세포가 이들의 옷차림과 언행까지 통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서도 김정은은 청년 세대를 겨냥한 각종 통제를 주문했다. 지난해 12월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도 최대 징역 15년형에 처하는 내용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 올해 들어서도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현상 일소' ‘새 세대 군 간부들에 대한 교양 사업과 통제 강화' 등을 언급하다 ‘인간개조론’까지 등장한 것이다.

북한 내에서도 20대들은 기존의 사상 교육만으로는 통제하기 힘든 대상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마당 세대인 이들은 시장에 익숙하고, 자기 개성이 뚜렷하다. 노트북, 태블릿PC, 휴대전화 보급으로 당국 검열에도 한국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접하고 있다. 고위급 탈북민 A씨는 “김정은이 한류 차단과 청년 세대 통제를 강조하는 것은 이 같은 한류 열풍이 동경심으로 이어져 한국을 김정은 정권의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한 고위층 상당수는 외부 문화에 눈을 뜬 20대 자녀들 때문에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남한에 들어온 2030 탈북민들이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고, 해외에 나온 북한 청년들이 이에 영향을 받아 탈북하는 연쇄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종신 집권을 생각하는 김정은에게 2030 문제는 큰 골칫거리일 것”이라며 “외부 세계가 한때 ‘젊은 유학파 출신' 김정은에게 기대했던 개혁, 개방 노선과는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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