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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소대가리, 미국산 앵무새... 北엘리트 수백명이 머리 짜낸다

기사승인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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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앵무새.” 지난달 30일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표현이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다. 북한 미사일을 유엔 결의 위반과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미국 입장을 되풀이했다며 문 대통령을 앵무새로 빗대 조롱한 것이다.

북한의 기상천외한 ‘막말’은 때로 미사일보다 더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월 “당대회 기념 열병식을 정밀 포착했다”는 남측을 향해서는 “희떠운(말이나 행동이 분에 넘치며 버릇이 없다) 소리” “특등 머저리들”이라고 비난했다. 미국과 일본 지도자들도 과녁을 피해가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몽둥이로 사정없이 때려잡아야 할 미치광이”, 아베 전 총리는 “평화를 위협하는 사무라이 후예”란 모욕을 들었다.

북한의 자극적·원초적 막말

북한의 자극적·원초적 막말

◇기관마다 ‘글쓰기 전문 부서’

북한의 각 기관에는 글을 쓰는 전문 부서가 있다. 김여정의 막말은 대외 메시지를 담당하는 통일전선부가 작성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통일전선부는 주로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메시지를 전담한다. 김여정은 현재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선전선동부는 기본적으로 북한 대내 선전 담당 부서다. 하지만 북한 내 2인자인 김여정에겐 소속이나 직함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엔 글쓰기 전문 부서 ‘9국’이 있다. 20명 내외 인력이 외무성 이름으로 발표하는 성명을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련 성명은 북한군 내부 정찰총국 산하 전략 기획 담당 부서가 맡고 있는데, 인력만 100명이 된다고 한다. 물론 최종 결정권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의 발표 승인을 북한에선 ‘방침’이라고 한다. 이후 신문·방송을 통해 김여정과 외무상, 총참모장 등의 이름으로 발표된다.

◇문학적 소양 지닌 엘리트가 작성

글쓰기 전문 부서엔 문학적 소양을 지닌 김일성종합대학 어문학부나 김형직사범대 작가양성반 출신의 엘리트들이 대거 발탁된다. 대학 내 ‘글쓰기 방법’이란 90분짜리 수업에서 교수는 노동신문 기사를 읽어주고 작문 과제를 내린다. 예를 들어 교수가 ‘한·미 양국이 벌이는 연합 군사 훈련 팀 스피릿(Team Spirit)이 시작됐다’는 기사를 제시하면 학생들은 한 페이지 분량의 선전문을 쓰는 식이다. ‘요즘엔 남조선 논밭에 개구리가 일찍 땅에서 나왔다고 한다. 팀 스피릿 훈련에 동원된 탱크가 지나가니 놀라서 뛰어나온 것’이란 참신하고 문학적인 표현을 써내면 우수한 점수를 맞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각 부서에 속해 충성 경쟁 식으로 과격하고 기발한 선전 표현을 내면 조직 내에서 승진하며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게 북한 출신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최신 단어장 만들어 연구

글쓰기 전문가들은 자기만의 ‘단어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른 부서가 발표한 성명 중 좋은 표현은 메모해놓고 더 나은 비유나 은유를 고민한다. 약 2000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작가동맹 문학 작품도 참조한다.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되는 북한 문학 작품의 두 축이 있다. 끊임없이 김씨 일가를 찬양하거나, 미국과 남한이라는 ‘적'을 비하하거나. 시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일상 언어와 표현도 개발해야 한다. 북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단어도 수집 대상이다. 대남 성명은 한국 신문과 방송을 통해 흔히 쓰는 표현을 수집해 넣는다. 최근 성명에 등장하는 ‘자해’ ‘자중지란’ ‘차원’이란 단어는 북한에서 쓰지 않는 남한식 표현이다. 정책 수위에 맞는 적절한 표현도 써야 한다. 북한은 지난 2018년 트럼프를 ‘골목깡패’ ‘미친개’로 비난하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선 ‘미 집권자’라 표현하며 분위기 완화를 추구했다.

※도움말: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탈북 작가 림일,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이기문 기자 @chosun.com

<저작권자 © NK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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