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의 '바이두 백과'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조선족이라고 소개한다. 이 페이지는 '조선족'에 대해서는 '중국 소수민족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바이두백과 캡처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의 '바이두 백과'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조선족이라고 소개한다. 이 페이지는 '조선족'에 대해서는 '중국 소수민족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바이두백과 캡처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에 ‘김정은’을 검색하면 ‘중국 조선족’이란 설명이 나온다. ‘북한’을 검색해도 민족 항목에 ‘조선족’이라 적혀 있다. 한국 대통령과 국가 설명에도 과거 이런 식의 표기가 있었는데 우리 측 항의로 삭제됐다. 북한은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굴욕을 감내하는 중이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코로나와 경제 제재로 국제 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된 북한은 이제 중국 앞에서 자존심을 내려놨고, 할 말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2019년 6월 20일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중 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6월 20일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중 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올해 들어 더 노골적으로 중국에 머리를 조아리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일부 나라들이 신장(新疆) 지역과 홍콩 문제를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에 이용하는 것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제 코가 석 자인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따거(大哥·형님)’ 중국을 적극 비호하고 나선 것이다. 18일에는 전임자가 10년 넘게 지킨 주중 북한 대사 자리에 별안간 ‘중국통’ 리룡남을 앉혔다. 리 대사는 베이징외국어대학을 나와 중국어가 유창하고, 대중(對中) 무역에 잔뼈가 굵은 ‘친중’ 인물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교환한 친서에서 “북·중 관계를 세계가 부러워하는 관계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의 '바이두 백과'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조선족'이라고 표기했다. 이 페이지에서는 조선족을 '중국 조선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한국 국적이라고만 표기했다./바이두캡처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의 '바이두 백과'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조선족'이라고 표기했다. 이 페이지에서는 조선족을 '중국 조선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한국 국적이라고만 표기했다./바이두캡처

미·중 갈등 격화 속에서 중국은 북한의 구애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있다. 미국과의 대결 구도에서 북한을 협상 카드로 쓰려면 통제력을 키워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2일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 ‘비핵화’ 문구를 뺐고,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음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했다. 접경 지역 무역상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4월 북·중 무역 재개설’이 기정사실처럼 나돌고 있다. 중국 각지에서는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인 그림 판매 전시회가 속속 열리는 중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갈등 탓에 향후 중국이 북한을 핵무기 문제로 압박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북·중 밀착이 가속화할 경우 한반도는 미·중 갈등의 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이 북한을 대놓고 조종하고 대변하면 북핵 문제는 지금보다 더 복잡한 힘겨루기가 된다. 이럴 때 우리 정부가 나서 미·중 경쟁 중 한반도에 신냉전 전선이 그어지는 일을 막고,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압박책을 찾아야 하는데 정권 유지에만 관심 있는 현 정부는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북한의 대중 예속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남(南)을 향해서는 온갖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최고 존엄을 ‘중국 조선족’이라고 해도 입을 닫고 있는 북한이 ‘주체’를 내세우는 것은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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