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올 6월 발간하는 회고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북한, 이란 등에 대한 외교 정책을 강하게 비판할 예정이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청주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기후ㆍ환경교육 활성화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청주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기후ㆍ환경교육 활성화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현지 시각) 유엔 전문 온라인매체 패스블루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오는 6월 컬럼비아대 출판부를 통해 ‘단호한:분열된 세계 속 국가들의 단합’(Resolved: Uniting Nations in A Divided World)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출판할 예정이다. 패스블루는 “반 전 총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쁜 행동(외교 정책)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서문에서 “국가들 사이의 분열, 일부 세계 지도자들이 뿜어내는 위험한 증오의 수사, 다자주의에 대한 위협이 어느 때보다 더 우려스럽다”며 “일부 국가는 파리 기후변화협약처럼 유엔이 후원한 협정에 따른 약속 이행을 중단했고, 특정 강대국은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네스코를 보이콧했다”고 적었다. 언급한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트럼프 행정부에서 벌어졌다.

반 전 총장은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이라고 거듭 약속하고, (북한과의) 합의가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줌으로써 김정은의 힘을 키워줬다”며 “(트럼프처럼) 자기중심적인 지도자들은 자신의 전략을 노출하고 성과를 자랑하는데, 이는 국제 외교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 우선순위가 북한 비핵화에서 미 본토 보호로 옮겨간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봤다. 그는 “미국이 북한 미사일의 북미 대륙에 대한 영향만 생각하고 아시아에 대한 영향은 고려하지 않는 건 아시아에서 큰 우려가 됐다”며 “동맹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해 제11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ALC)에서 연설하고 있다. /조선DB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해 제11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ALC)에서 연설하고 있다. /조선DB

또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 탈퇴를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회고록에서 사무총장 퇴임 반년 뒤인 2017년 6월 니키 헤일리 당시 주유엔 미국대사와 만난 일화를 소개하며 “헤일리 대사에게 이란을 통제불능으로 남겨두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했다. 이어 “핵무장한 이란은 핵무장한 북한보다 훨씬 다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며 “이란 핵합의 파기는 (향후 비핵화 협상을 벌여야 하는) 북한 지도부에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에 헤일리 대사는 이 같은 견해에 동의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견해를 즉각 공유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대화가 있은 뒤 1년 후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를 파기했다.

반 전 총장은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에 대해서도 “역사적인 실수”라며 “예측불가능하고 믿을 수 없고 무책임하며 고압적인 트럼프가 국제협약을 약화시켰다”고 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