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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보다 개혁 후퇴”... 北 장마당 금지, 이발관·과외도 통제

기사승인 202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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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함경남도 혜산시의 장마당(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북한 주민들(왼쪽)과 거래되고 있는 곡물(오른쪽). 조선일보DB
2003년 함경남도 혜산시의 장마당(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북한 주민들(왼쪽)과 거래되고 있는 곡물(오른쪽). 조선일보DB

북한의 ‘장마당 국가통제’ 조치는 지난 1월 열린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사업총화 보고에서 “국영상업을 발전시키고 급양(식당), 편의봉사(미용, 사우나, 각종 수리점, 가내 수공업 등)의 ‘사회주의 성격’을 살리는 것을 현 시기 매우 간절한 문제로 상정했다”고 했다. 경제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초유의 봉쇄 속에서도 사회주의 체제 공고화를 제1 목표로 잡은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경제난에 국가가 먼저 살겠다고 주민들의 밥그릇마저 빼앗는 초유의 반인민 정책”이라고 말했다.

◇ “김정일 시대보다 후퇴한 개혁”

김정은은 집권 초기 일부 공장과 기업소, 협동농장에 경영 자율성을 부여하는 등 경제 개혁 조치를 추진했다. 이 때문에 북한 서민 경제의 상징인 장마당은 2010년 200여개에서 2017년 460여개가 돼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핵 개발과 인권 유린은 제쳐두고 확대된 장마당 규모만을 놓고 김정은을 ‘계몽군주’라 평하기도 했다. 그랬던 김정은이 대북 제재와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1년 넘게 봉쇄돼 경제난이 심각해지자 시장 폐쇄·통제라는 초유의 반개혁적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이는 북한의 상업 시스템을 1990년대 이전으로 돌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결과적으로 아버지 김정일 때의 개혁 조치보다도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위급 탈북민 A씨는 “장마당으로 북한 내 자본주의화가 가속화되면서 주민 통제가 어렵게 되자 개인 경제 활동을 국가에 강제로 편입시켜 중앙집권적 계획경제 시스템을 복원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한기범 전 국정원 1차장은 “김정일 땐 경제난 극복을 위해 국가 경제, 특수 기관 경제에 개인 시장 경제를 허용해 국가와 기업, 인민의 이익을 조화시켰다”며 “하지만 김정은은 3자 간의 조화를 깨버리고 국가가 모든 것을 수탈하는 반개혁 정책으로 회귀했다”고 말했다.

◇개인들 식량 거래도 통제

북한은 시장 통제 조치의 일환으로 전국의 시장에서 개인들의 식량 거래를 중단시키고 국가식량판매소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가 협동농장과 개인의 수중에 있는 모든 식량을 구매해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대북 소식통은 “제재와 코로나 국경 봉쇄로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개인들이 비축한 식량을 강제로 징수해 식량 가격 및 수급의 안정화를 이루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김정일 시대 때도 시도했다 실패한 방식이다. 북한은 2000년대 초 당국이 시중의 식량을 모두 장악해 식량공급소에서 곡식을 시장 보다 싼 가격으로 공급하는 ‘양곡 전매제’를 도입했으나 오히려 식량 가격은 올랐다.

북한은 또 전국에 있는 500여 장마당에 대한 국유화를 추진하면서 개인 이발관, 미장원, 가정교사, 길거리 음식 장사, 길거리 상품 판매, 리어카꾼, 자전거꾼 등 상인들의 사적 거래도 차단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 이발관·미장원은 지역 편의봉사소에, 길거리 음식 장사는 급양관리소에, 리어카꾼·자전거꾼은 여객사업소 등 국가기관에 소속시켜 세금을 거두겠다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국가에서 정해준 가격과 규정을 통해 인민 경제를 완전히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북한의 시장 통제 조치가 시장화로 인한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사회주의 체제 공고화를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1일 노동신문 사설에서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구호를 언급하면서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할 것을 강조했다.

◇방탄소년단 등 ‘한류’도 단속

북한은 한국 드라마와 방탄소년단 영상 등 한류도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요소라며 차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반동사상 문화 배격법을 제정하고 한류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대북 소식통은 “장마당을 통해 성장한 북한군 지휘관·군인들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 음악에 익숙하다”고 했다. 앞서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지난해 8월 “백두산 답사에 나선 20대 북한 군인들이 오락회에서 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 춤을 따라 했다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고위급 탈북민 B씨는 “과거에는 카세트테이프와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한국 드라마와 노래가 북한에 유입됐지만 최근에는 이동식 메모리 저장장치(USB) 등을 통해 한류가 북한 젊은 층에 널리 깊숙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김명성 기자 @chosun.com

<저작권자 © NK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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