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인전'을 발간했다. 책은 핵무기 개발, 남북정상회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등을 김정은의 대표적 치적으로 강조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북 관계를 사실상 단절한 북한의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28일 공개한 ‘위인과 강국시대’라는 제목의 도서는 총 620여 쪽, 7개 챕터에 걸쳐 김정은 집권 10년간의 정치·경제·군사·사회·문화·대남·대외 분야 성과를 담았다. 남북한 관계 챕터에는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당시 북한이 대표단을 파견하고 같은 해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내용이 중점적으로 다뤄졌지만, ‘문재인'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9월 평양공동선언’이라는 표현으로만 소개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미 정상 회동을 소개하면서도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석만 언급하고 문 대통령은 뺐다. 이희호 여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문선명 통일교 총재 등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고 김정은과의 일화를 자세히 소개한 것과 대비된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책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과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에만 15쪽을 할애하며 대외 관계의 지대한 업적으로 자화자찬(自畵自讚)했다. 하지만 김정은 이미지에 타격을 줬던 ‘하노이 노딜’ 관련 내용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책은 ‘핵에는 핵으로’ 소제목을 단 글을 통해 2016년 수소탄 실험과 이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실험을 상세히 설명했다. 별도로 ICBM ‘화성-14형’과 ‘화성-15형’ 발사 시험도 나열했다. 책은 “적대 세력들과는 오직 힘으로, 폭제의 핵에는 정의의 핵 억제력만이 통할 수 있다” “강력한 핵 무력으로 미국의 일방적인 핵 위협의 역사를 끝장내야 한다”며 이것이 김정은의 신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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