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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북핵 해법, 한·미간 시간표가 어긋나고 있다

기사승인 20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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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46대 미국 대통령의 최우선 당면 과제는 트럼프가 물려준 국내 분열과 상처를 치유하고 코로나19를 퇴치하는 일이다. 외교·안보 전략의 기조는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공세적 팽창 정책을 견제하는 것이지만 북한 핵 문제보다 해결이 어렵고 시급한 현안은 없다.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당창건75주년 열병식과 올해 1월 14일 노동당8차대회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의 신형 ICBM. SLBM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당창건75주년 열병식과 올해 1월 14일 노동당8차대회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의 신형 ICBM. SLBM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의 참담한 북핵 외교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너무 소박한 목표를 설정한 것 같다. 바이든의 외교·안보 책사들은 트럼프가 김정은과 세 번의 정상회담을 하고도 북한의 핵 능력 증강과 고도화를 막지 못한 근본 원인을 비핵화라는 비현실적 목표에 집착한 데서 찾고 있다. 실무적 준비가 부실한 상태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무리하게 강행한 것도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래서 불가능한 목표에 매달리다가 가능한 것조차 놓치는 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스몰 딜을 통해 작은 성과라도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점진적 단계적 접근법을 선택한 것 같다.

비핵화를 궁극적 목표로 남겨둔 채 잠정합의(interim deal)로 우선 북한의 핵 능력 증강부터 막아놓고, 가능하면 북한이 이미 보유한 핵탄두와 장거리 미사일의 일부를 폐기하는 것을 최선의 현실적 목표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이를 위해 1차적으로 북한 내 모든 핵 물질 생산 시설을 동결하여 핵무기의 양적 증가를 막는 한편, 핵과 장거리 미사일의 실험 중단으로 기술적 고도화를 차단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10월 23일 트럼프와 마지막 TV 토론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 조건으로 핵 능력 감축(draw down) 합의를 제시한 것은 이러한 인식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도 지난 19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하면서 트럼프 임기 동안 북핵 문제가 더 악화한 사실을 강조한 것은 재검토의 방점이 상황 악화 방지에 있음을 시사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 담론에서 ‘비핵화’라는 용어는 실종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러한 해법은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두 가지 변수가 생겼다.

첫째, 지난 4년간 북한의 획기적 핵 능력 증강이 비핵화는 더 어렵게 만들었지만 핵 능력의 제한은 오히려 더 쉽게 만들었다. 북한의 핵무기와 핵 물질 보유량이 많을수록 추가 생산을 중단하거나 재고를 줄이는 부담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 또는 핵 물질 보유량이 목표치에 도달했거나 근접했다면 핵 동결로 잃을 것이 없고, 최소 목표치 이상을 확보했다면 이미 보유한 핵탄두나 장거리 미사일 일부를 폐기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 대가로 북한이 제재 해제를 받아내고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보다 최소 10~20개의 핵무기를 더 지킬 수 있다면 대박을 거두는 셈이다. 북한의 핵 능력이 늘어난 만큼 사기극을 벌일 여지도 많아진다.

둘째, 북한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진 만큼 미국의 협상력은 강화되었다. 김정은이 8차 당대회에서 경제 위기의 해법으로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을 내세운 것은 제재 해제 외에는 살아갈 길이 없음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이 제재 해제에 더 절박해질수록 미국의 제재 해제 카드는 북한의 양보를 받아내는 데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잠정합의가 성사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미국에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무한정 방치하는 것보다 본토에 대한 공격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 확실히 도움이 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안보에 주는 실익은 불확실하다. 북한의 핵 능력 제한을 위해 제재 해제 카드를 다 써버리면 비핵화는 더 멀어지거나 사실상 물 건너 가게 된다.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되고 김정은이 공언한 첨단 전술 핵무기 개발을 막을 방도가 없다면 미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의 안보를 희생한 합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한·미 간 북핵 해법이 지금처럼 근접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공조가 잘 이루어져야 마땅하나 낙관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한·미 간 시간표가 다른 것이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 대선 이전에 남북 관계 돌파구를 여는 데 정치적 운명을 걸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조급할 이유가 없다. 제재에 대한 철학도 대립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제재 강화를 성공적 딜의 관건으로 인식하는 반면에 문재인 정부는 선제적 제재 해제를 능사로 알고 있다. 대북전단금지법에서 보여준 대북 굴종도 북한 주민의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가치관과 충돌한다. 문재인 정부의 김정은 폭압 체제 옹호와 남북 교류 협력에 대한 조바심이 한·미 간 신뢰와 공조를 저해할 것이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前 외교안보 수석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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