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실관계가 다르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집값 상승 원인 중 하나로 세대 수 증가를 지목한 게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작년 인구가 감소했는데도 무려 61만 세대가 늘어났다”며 “세대 수가 급증하면서 예측했던 주택 공급 물량에 대한 수요가 초과했다”고 했다. 2019년엔 전년보다 44만 세대 늘었는데, 작년엔 61만 세대 늘어 공급이 부족해지는 바람에 집값이 올랐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려잉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했다./TV조선
문재인 대통려잉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했다./TV조선

행정안전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1인 세대와 2인 세대가 전년보다 각각 57만4741세대, 27만5212세대 늘었다. 3인 세대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반면, 아파트 주소비층인 4인 세대와 5인 세대는 각각 12만4258세대, 7만7422세대 줄었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대 수 증가를 공급 부족, 집값 상승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규제 기조는 손댈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책임 회피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에 대해선 “오히려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갈등에 대해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갈등을 중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고, 문 대통령이 직접 재가한 윤 총장 정직 처분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이날 “갈등이 생기는 건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이 모두 검찰 선배여서 아무 갈등이 없는 것처럼 임기도 상관없이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하는 시대가 더 좋았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와 관련,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은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강조하며 핵잠·전술핵 등 대남·대미용 핵개발을 공개 지시했다. ‘핵’을 36차례 언급하면서 비핵화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당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1차 전원회의에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했다고 11일 보도했다./노동신문 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당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1차 전원회의에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했다고 11일 보도했다./노동신문 뉴시스

북한이 중단을 요구한 3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선 “연례적으로 이뤄지는 훈련이고 방어적 목적의 훈련”이라며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한·미 훈련 조정은 북한이 아닌 미국과 논의해야 할 문제”란 지적이 나왔다. 더구나 북측은 2018년 9·19 군사합의에 따라 군사공동위를 구성하자는 우리 측의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가 유엔 제재라는 틀 속에 있기 때문에 남북 협력을 마음껏 할 수 없는 장애가 분명히 있다”며 제재에서 자유로운 협력 방안으로 인도적 사업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번 당대회에서 인도적 협력 사업을 ‘비본질적 문제’로 일축했고, 우리 측의 인도적 지원도 모두 거부했다.

문 대통령은 “교도소 같은 수용시설에서의 집단감염 발생은 다른 나라에도 여러 사례가 많이 있었다”며 “약간의 특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20여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다른 나라들도 교정시설 감염이 많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이를 두고는 교정 행정 책임자인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다툼에 몰두한 나머지 수용 시설의 코로나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언론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기자회견만이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는 어느 대통령보다 현장 방문을 많이 했고, 양방향 대화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