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통일연구원 주최로 학술세미나가 열리고 있다/뉴시스
 
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통일연구원 주최로 학술세미나가 열리고 있다/뉴시스

내년 초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북한이 강경과 압박으로 맞붙어 갈등으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통일연구원(원장 고유환)은 2일 서울 중구 코로아나호텔에서 열린 ’2021년 한반도 연례 정세전망' 기자간담회에서 “남·북·미 3자가 서로 경계하면서 상대방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을 자제하는 현 상황이 불안하게나마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내부의 문제 해결이 심각한 미국이 특별한 이유 없이 북한을 먼저 자극하여 북한이 내민 대화의 손을 거절하는 상황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며 “북한이 미국의 대화요청을 거부하고 반대로 미국을 압박하는 상황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미국의 보수적인 한반도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비핵화 협상 전략을 리셋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면 북한도 리셋할 것”이라며 “북한이 핵국가라며 공세적으로 나간다면 (체제 안전보장을 통한) 조건부 비핵화론은 어렵고 핵군축 방식, 비핵 평화가 아니라 유핵 공존에 기반해 공세적인 발전노선을 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통일연구원은 또 북한의 향후 대외전략을 설명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존 합의 계승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 △한·미 연합훈련 진행 여부 등에 따라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북한은 미국 신정부의 대북정책이 비핵화를 선행하는 제재와 압박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정책의 지속인지 또는 상응 조치의 포괄적 제공에 입각한 상호안전보장 차원의 비핵화인지 가늠해 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앞서 2009년과 2017년 미국의 새 행정부가 등장할 때 핵 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감행하며 미국 내 여론의 주목을 받는 전략을 폈다. 그러면서 한·미 연합훈련을 전후로 한·미 당국을 비판하는 동시에 도발의 빌미로 삼았다. 이에 대해 통일연구원은 “2021년 3~4월 및 8월 한·미 연합훈련 여부가 바이든 정부를 상대로 한 초기의 북한 대미전략을 결정지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통일연구원은 미국의 새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수립하기 전 북한이 대남 유화 전술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며, 정부가 이를 미·북 관계에 연동시킬 수 있는 5~9월 사이를 ‘골든타임’으로 전망했다.

이기태 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장은 “2021년 도쿄올림픽 개최가 성사된다면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따라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유도할 수 있고, 이렇게 된다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인 납치자 문제, 북한 비핵화를 포함한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북일 양자회담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이 참여하는 다자회담 개최가 실현될 수 있다”고 했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 연구위원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복원 및 본격화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한국과 미국이 조율된 대북정책을 전개하는 것”이라며 “한미는 대북정책의 기본방향으로 비핵화-평화체제-남북·북미관계 발전의 선순환을 공유하고, 이를 2단계 연속 프로세스로 추진하는 것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경제 상황과 관련해 통일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외화보유고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 북한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북제재의 완화 내지 해제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북한은 수년 내에 외화부족으로 인해, 코로나19 충격 시와 마찬가지로, 수입이 급감하여 경제가 악화되는 상황을 다시 맞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연구원 홈페이지에 발표한 온라인 기고문에서 “북핵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서도 우선순위에 놓이게 될 개연성이 있다”며 “국제적 연대를 강조하는 바이든 당선자의 경향에도 불구하고 북핵 4자 또는 6자회담 등 다자협상의 틀에 의지할 개연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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