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 풀려난 지 엿새만에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통설과 달리, 북한의 고문을 당했다는 의학적 증거는 없었다는 폭로가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2017년 당시 북한에 들어가 웜비어를 초진했던 응급 의료인력 중 한명이었던 마이크 플루키거씨. /도이체빌레
 
2017년 당시 북한에 들어가 웜비어를 초진했던 응급 의료인력 중 한명이었던 마이크 플루키거씨. /도이체빌레

독일의 국제공영방송 도이체빌레(DW)의 클라우스 셰러 기자는 지난 27일(현지 시각) ‘오토 웜비어에게 북한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제목의 42분짜리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해 공개했다. 2017년 당시 상황에 관여했던 응급 의료 인력과 검시관 등은 인터뷰에서 “북한의 고문을 보여주는 의학적인 증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2017년 6월13일 웜비어 석방 당시 일본 삿포로를 거쳐 평양으로 들어간 응급 의료의사였던 마이크 플루키거(Mike Flueckiger)씨는 평양친선병원에서 웜비어의 상태를 처음 초진했다. 북한 의사 2명, 간호사 4명이 그를 맞았다고 한다.

2016년 2월 29일 북한에 억류된 오토 웜비어가 평양에서 외신기자회견을 하고있다. /AP연합뉴스
 
2016년 2월 29일 북한에 억류된 오토 웜비어가 평양에서 외신기자회견을 하고있다. /AP연합뉴스

북한은 이에 앞서 미국 뉴욕에서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웜비어의 위독한 건강상태를 전하며 “1년 전에 보툴리누스 균에 감염됐고, 수면제를 복용한 이후 혼수 상태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플루키거씨는 “고문의 흔적을 열심히 찾아봤지만, 외관으로는 아무런 사인도 없었다”며 “북한 측이 숨기는 것도 없었고 오히려 훌륭한 케어를 했다는 인상이었다”고 했다. 당시 웜비어는 혼수 상태가 아니었고, 소음과 접촉 등에는 반응을 할 수 있는 ‘무반응 각성’ 상태였다고 그는 기억했다. 북한 측은 당시 ①보툴리누스균에 의한 식중독 ②심리적 안정을 위한 진정제 투여 등 2가지로 웜비어의 건강 상태에 대한 원인 분석을 했는데, 플루키거씨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2017년 오토 웜비어의 시신을 검시했던 락시미 사마라코씨. /도이체빌레
 
2017년 오토 웜비어의 시신을 검시했던 락시미 사마라코씨. /도이체빌레

웜비어는 이후 신시내티주(州)로 이송됐지만 엿새 만에 사망했다. 당시 웜비어의 시신을 검시했던 락시미 사마라코(Lakshimi Sammaraco) 검시관은 인터뷰에서 “뇌에 산소가 적어도 4분간 공급되지 않으면서 뇌실이 확장돼고 뇌 조직이 쪼그라 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어떠한 증거도 (북한이 고문을 했다는) 특정한 사실을 가리키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사마라코씨는 북한의 고문 등 ‘물리력 사용(use of force)’에 따른 결과로 지목됐던 오토의 치열에 대해서도 “트라우마의 증거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수뇌부가 이번 사건을 북한의 고문에 의한 살인으로 애초에 규정한 것을 언급하며 “내가 대통령에게 불충(disloyal)하는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도이체빌레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웜비어 사건을 활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웜비어 부부는 이번 도이체빌레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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