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1994년부터 매년 30년이 경과된 기밀문서를 공개해왔다. 국민 알 권리를 위해 일부 극비 문서를 제외하고 한·일 수교, 김대중 납치, 아웅산 테러 등 주요 현대사를 둘러싼 외교 내막을 숨기지 않고 공개했다. 그때 누가 무슨 일을 했고 무슨 말을 했는지 상세히 밝혔다. 그런데 외교부는 31일 1989년 1년 동안 기록된 외교 문서 24만여 쪽을 공개하면서 당시 최대 현안이던 '임수경 방북' 관련 내용은 거의 통째로 뺐다.

그해 6월 대학생 임수경을 평양에 밀파한 건 전대협이었다. 전대협 의장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당시 전대협 간부들이 현 정권 실세들이다. 외교부가 감춘 문서에는 이들의 말과 행적이 담겨 있을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비공개 이유로 "개인 관련 문서" "89년 이후에도 관련 내용이 있어서"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핑계다. 지금껏 공개된 외교 문서 중에는 고위 탈북자 망명 같은 개인 관련이 수두룩하다. 또 1988년 11월 북에 폭파된 KAL기 사건은 관련 수사가 그다음 해까지 이어졌는데도 지난해 공개했다. 정부가 임수경 방북 관련으로 공개한 문서는 일부 친북(親北) 정부와 북한 외교관이 "임수경을 왜 구속했느냐"고 우리 측에 항의했다는 내용이었다. 정권 입맛에 맞는 것만 내놓은 것이다.

'임수경 방북' 문서에 이번 총선을 앞두고 국민이 알게 되면 안 되는 무엇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법적인 수단을 통해서라도 그게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31/20200331053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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