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코로나와 싸우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남북 방역 협력을 제안했다. 그러자 다음 날 북은 신형 방사포 도발로 대응했다. 청와대가 유감을 표명하자 3일 여동생 김여정은 "저능한" "바보" "겁먹은 개"라는 말 폭탄을 퍼부었다. 그런 지 하루 만에 다시 그 오빠가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 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는 것이다. 북 남매의 무슨 좌충우돌 '작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상 집단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김여정 막말에는 침묵하던 청와대가 김정은 편지에는 기다렸다는 듯 "감사의 뜻을 담은 (대통령) 친서"를 북에 보냈다.

김정은이 난데없이 친서를 보낸 건 북의 코로나 피해와 관련 있을 것이다. 북은 확진자가 생겼는지는 함구한 채 "격리자가 7000여명"이라고 했다. 북·중 접경에선 '북 국경 도시를 시작으로 코로나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한다. 감염자를 다른 핑계로 총살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1월 말 북은 생명줄과 같은 대중 교역을 먼저 끊으면서까지 국경을 봉쇄했지만 밀무역꾼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 장마당 환율과 식량 값이 올랐다고 한다. 방역과 경제가 모두 위기라면 북한식 주민 통제도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중국도 북을 도와줄 처지가 아니다. 청와대는 김정은 친서에 '코로나 방역 협력' 내용은 없다고 했다. 믿기 어렵다. 김정은 자존심을 건드릴까 봐 그 내용을 감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 WHO 사무총장은 최근 만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국은 북을 지원할 의지가 있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에 필요한 인도적 지원은 해야 한다. 그러나 북은 돕겠다는 선의에 도발로 답하고 욕설에 가까운 막말까지 퍼부었다. 이런 집단에 방역 장비를 주지 못해 안달하는 정부의 태도를 납득하기 어렵다. 바이러스 창궐지 중국에 대책 없이 문을 열어놓더니 이제 마스크 문제 하나 해결 못 하는 정부가 지금 이 상황에도 북한을 바라보고 챙긴다면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6/20200306030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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