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영철 내세워 담화
"에스퍼 발언, 트럼프 의중 반영한 것으로 믿고 싶어"
"한미합동군사연습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리해"
"'적대적 도발' 강행시 美 감당키 어려운 충격적 응징으로 대답"
 

김영철<사진>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14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조·미(북·미) 협상의 진전을 위하여 미국·남조선(한미) 합동군사연습을 조정하겠다고 언급한데 대하여 류의(유의)했다"면서 "미 국방장관의 이번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믿고 싶으며 조·미(북·미)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측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영철은 이날 밤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낸 담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북한)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가 발표된 직후 나온 미 국방장관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나는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 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리해하고 싶다"고 했다. 김은 "나는 그가 이러한 결심을 남조선 당국과 사전에 합의하고 내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왜냐하면 남조선 정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이런 현명한 용단을 내릴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차 서울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한국에서 실시하는 군사 훈련을 조정할 가능성이 열려있으며 북한이 미국에 올해 말을 시한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의 이 발언은 북한이 최근 한·미가 연례적으로 실시해온 공중훈련 등 연합 훈련에 대해 반발하는 가운데 군사 훈련에 유연하게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김영철의 이날 담화는 이런 차원에서 미국에 신뢰를 표현하면서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영철은 그러면서도 "만일 이것이 우리의 천진한 해석으로 그치고 우리를 자극하는 적대적 도발이 끝끝내 강행된다면 우리는 부득불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응징으로 대답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이날 김영철을 내세워 미국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고 나온 것은 주목된다. 김영철은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이자 통전부장으로서 아태평화위 위원장을 겸임해 왔다. 그러다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통전부장을 장금철에게 넘겨주는 등 대남·대미 업무에서 밀려났었다. 그런 그가 다시 대미 메시지를 내고 나온 것은 김정은이 지난해 미·북 실무 협상을 주도하고 미 백악관까지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던 김영철을 내세워 트럼프와 톱다운(top-down) 방식의 해법 모색 필요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또 김정은이 직접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초조해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은 지난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고 했다. 그런 김으로서는 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어떻게든 협상을 끝내고 싶은 조금함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트럼프의 대선 경쟁자 중 한명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미친개"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온 것도 트럼프에 대한 구애 손짓이자 초조감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4/2019111403754.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