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총회서 각국이 北 성토하는데…
北탄도미사일 한마디 지적 없이 한국 '한반도 평화'만 재차 강조
외교부, 趙대사 발언 공개도 안해

佛·英·日 등 "北 비핵화" 한목소리
 

우리 외교부가 지난 11일 유엔 총회 제1위원회에서 북한 문제에 관한 발언권을 받고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당시 조태열 주유엔 한국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재차 강조하며 "북한이 비핵화를 성취하길 진정 희망한다"고만 했다. 외교부는 이 같은 조 대사의 발언 내용을 언론에 공식적으로 밝히지도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한 나라는 영국·프랑스·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과 일본이었다.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는 되레 한·미 정부를 지목하며 이들의 군사 활동이 오히려 대화·화해 분위기를 해친다고 반발했다.

조태열 대사는 지난 11일 제1위원회 4차 회의에서 "스톡홀름에서 미·북 실무협상이 재개됐지만, 실질적인 결과는 나오지 못하고 이견도 좁혀지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우리가 건강하지 않은 비관론에 잘못 이끌려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과 함께 북한과의 대화 자리에 남겠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 총회에서 연설했듯, 한국 평화는 전 세계 평화와 연결된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북 도발의 최대 피해 당사국이면서도 약 7분간 이어진 발언에서 북한의 SLBM이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마디도 지적하지 않았다. 북한이 지난 1여년간의 비핵화 협상 와중에 핵시설을 가동한 행위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이날 발언은 조 대사로선 퇴임 직전 유엔 대사로서 마지막 발언이었다"며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북한의 SLBM 발사를 군축·국제안보 사안을 다루는 유엔 제1위원회에서 언급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에 내심 답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규탄하고 안보리 결의의 이행을 촉구한 것은 프랑스·영국·일본 등이었다. 얀 후앙 주유엔 프랑스 대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대로 북한 핵 프로그램은 여전히 가동되고 있으며, 최근 몇 달 사이 반복된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북한은 이를 폐기하기 위한 어떠한 진지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이든 리들 유엔 주재 영국 대표부 군축대사도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나설 때까지 대북 제재가 엄격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카미자와 노부시게(高見澤將森) 일본 군축 대사는 "북한은 모든 핵무기, 핵시설뿐만 아니라 모든 탄도미사일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 유럽 국가와 말레이시아 등도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촉구했다.

하지만 김성 대사는 "미국도 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Ⅲ'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트라이덴트Ⅱ',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를 발사했다"며 미사일 실험을 한 것은 북한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이 미국과 합동군사훈련을 재개하고 최첨단 공격무기인 F-35A 전투기를 도입했다. 이 같은 폭력적 도발 행위가 대화와 화해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한·미 정부를 비난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혹시나 북한과 대화 분위기가 깨질까 봐 정부가 북의 결의 위반 행위까지 눈감아주고 있다"며 "협상하더라도 북한에 할 말은 해야 북이 상황을 오판하지 않는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16/20191016003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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