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참모 자른 뒤에도 연일 험담… 되레 김정은 편들어
美 전직관료들 "대통령이 해서는 안될 행동" 비판 잇따라
볼턴도 경질 사흘만에 정치에 나서 "북한·이란은 불량정권"
 

트럼프, 볼턴
트럼프, 볼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 시각)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한 뒤 연일 "볼턴이 큰 실수를 했다"며 험담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볼턴이 경질당한 후 미국 언론에 "적절할 때 발언권을 가질 것"이라며 반격을 예고한 상황에서 기선 제압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볼턴은 경질된 지 사흘 만인 13일 북한과 이란을 '불량정권'이라고 언급하며 정치 활동 몸풀기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백악관에서 볼턴의 경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볼턴은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그(볼턴)가 (북한) 김정은을 향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은 좋은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카다피에게 일어난 일을 보라"라며 "볼턴은 불필요하게 터프하다. (리비아 모델은) 무슨 재앙이냐"라고도 했다. 리비아 모델은 '선(先)핵폐기 후(後)보상'의 해법을 뜻한다. 그러나 리비아를 40년간 철권 통치했던 무아마르 카다피가 2003년 핵포기 선언 후 시민봉기로 2011년 비참한 최후를 맞으면서 북한은 '리비아 모델'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그는 "나는 그 후에 김정은이 말한 것에 대해 비난하지 않았다"며 "그(김정은)는 존 볼턴과 함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런 말(리비아 모델)을 하는 건 터프함이 아니라 현명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대통령이 김정은 편을 들며 자신의 안보 사령탑을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볼턴에 대해 "행정부 내 다른 사람과 잘 지내지도 못했다"며 경질의 주요 원인을 볼턴의 성격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에도 트위터에 "사실 베네수엘라와 특히 쿠바에 대한 나의 견해는 존 볼턴의 견해보다 훨씬 강했다. 그(볼턴)가 (강경한) 나를 제지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자신이 베네수엘라와 쿠바에 대한 정책을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란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공화당 상원의원 트윗을 함께 소개했다. 이는 볼턴 경질로 내년 대선에서 플로리다주(州)의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쿠바계와 베네수엘라계의 표심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플로리다는 대표적인 경합주로 1~2%포인트 안팎의 표차로 매번 승부가 결정되는 곳이다. 이곳의 쿠바계와 베네수엘라계는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를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후임 인선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15명의 후보자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아마 다음 주에 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와 함께 일하는 것은 아주 좋다. 왜냐하면 내가 모든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당신은 일할 필요가 없다"며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볼턴이 물러나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뒤끝'에 볼턴 전 보좌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 볼턴이 백악관을 떠난 지 사흘 만에 자신이 운영하던 '존 볼턴 정치활동위원회(PAC·팩)'와 '존 볼턴 특별정치활동위원회(Super PAC·수퍼 팩)' 등 2개의 정치 후원회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볼턴은 후원회 활동 개시를 밝히면서 "이란이나 북한과 같은 국제적 테러리즘과 불량 정권(rogue regime)으로부터 우리가 직면한 위협에 대해 주목할 만한 이해와 지식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이 북한에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했지만, 볼턴은 북한을 "불량 정권"이라고 부르며 맞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볼턴 때리기'에 대해 미국 내에선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한 뒤 하루도 안 돼 그를 비난하면서 김정은을 옹호한 것은 미국 대통령이 해선 안 될 행동"이라고 말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차관보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의견을 묵살하고 비난한 것은 북한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16/20190916001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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