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6일 다음 달 예정된 한·미 연합 훈련을 비난하며 "군사 연습 중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조·미(북미) 정상회담에서 직접 공약하고 판문점 상봉 때도 우리 외무상과 미 국무장관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거듭 확약한 문제"라고 했다. 트럼프가 작년 싱가포르에 이어 지난달 판문점에서도 김정은에게 '한·미 훈련 중단'을 약속했다는 주장이다. 판문점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은 미 국무장관과 북 외무상만 대동한 채 53분간 비공개 회동을 했는데 내용은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당시 트럼프가 '훈련 중단'을 실제 언급했는지, 했다면 어떤 맥락인지 등은 공개된 적이 없다.

한·미 국방부는 17일 "한·미 '동맹 19-2' 훈련을 계획대로 실시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약속' 운운한 북 주장과 '동맹 19-2' 훈련이 일단은 무관하다는 의미인 셈이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서 트럼프가 참모들과 협의도 없이 '한·미 훈련 중단'을 김정은에게 안긴 이후 을지 프리덤 가디언,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 등 3대 한·미 훈련이 사라졌다. 판문점에서 한국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대화를 직접 듣지 못했다. 청와대는 이날 '북 외무성의 판문점 관련 주장을 어디까지 확인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확인해 드릴 내용이 없다"고 했다. 거듭 질문이 나왔지만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북한은 미·북 대화에서 남쪽은 빠지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미국도 한국 측 관여를 성가셔하는 분위기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를 공공연하게 언급하는 인물이다. 동맹도 돈으로 본다. 김정은이 그 틈을 파고들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한국 안보를 재앙에 빠뜨릴 엉뚱한 결정이 나올 수 있다. 정부는 미·북 간에 은밀하게 오가는 대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기는 한 건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7/20190717035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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