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 두고선 ‘空談’ 비판..."미국 직접 상대하는 게 생산적"
"'중재자' '촉진자' 운운하며 허튼 데 신경쓰지 마라"
지난달엔 北 ‘외무성 국장’이 "남조선은 제 집 일이나 똑바로 챙기라"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조·미(북미) 두 나라가 마주 앉아 양국 사이의 현안 문제를 논의하는 마당에 남조선이 굳이 끼어들 필요는 없다"고 13일 밝혔다. 우리 정부가 자임해온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소외론, 결코 공연한 우려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한국은) 여기(조미 협상)에 끼어들었댔자 할 일도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소위 '판문점 회동' 이후 '한국 소외론'이 대두하고 있다면서 "우리로서는 미국의 승인 없이는 한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상대와 마주 앉아 공담(空談)하기보다는 남조선에 대한 실권을 행사하는 미국을 직접 대상하여 필요한 문제들을 논의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환영 인사를 나온 평양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환영 인사를 나온 평양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우리민족끼리는 한국 소외론이 남북관계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우리 정부가 스스로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이 조선반도 문제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제정신으로 사고하고 스스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자주적 입장을 지켜야 하며 좌고우면하지 말고 북남선언들의 이행에 과감히 적극적으로 나설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다른 대외 선전 매체인 메아리 역시 '소외는 스스로 청한 것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는 상대와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메아리는 "북남관계 개선에 기여하지 못하는 대화, 실천이 없는 협상은 의미가 없다"며 "열백번 마주 앉아 대화를 진행하고 아무리 좋은 선언을 발표해도 외세의 눈치나 보고 이러저러한 조건에 빙자하며 실천하지 않는 상대와 마주 앉아 봐야 무엇이 해결되겠는가"라고 했다.

메아리는 "스스로 자처한 '한국소외'이니 거기서 벗어나는 것도 남조선 당국의 몫"이라며 "충고하건대 '중재자'요, '촉진자'요 하면서 허튼 데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북남관계 문제의 당사자로서 선언(남북정상 합의) 이행에 적극적으로 달라붙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로일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을 낮잡는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은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는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며 "우리가 미국에 연락할 일이 있으면 조·미 연락 통로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고, 협상을 해도 직접 마주 앉으면 되는 만큼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이런 비난에 대해 통일부는 "정부는 남북공동선언을 비롯한 남북 간 합의를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간다는 입장"이라며 "남북, 북·미 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4/20190714002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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