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의 원본 공개 약속 어겨… '北에 지나치게 저자세' 지적도
박지원 "김여정도 조화 받으러 정의용 실장 온다고 하니 놀라"
김여정은 지난 12일 고(故) 이희호 여사 장례에 보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전(弔電)과 조화(弔花)를 갖고 판문점 북측 통일각을 찾았다. 북이 '책임 있는 인사'의 방북을 요구함에 따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호 통일부 차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통일각에 올라갔다. 양측은 약 15분간 대화를 나눴다.
통일부가 사후 제공한 영상은 1분 45초 분량으로, 정 실장이 통일각에 도착하는 장면부터 양측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까지를 담았다. 영상 전체는 무성영화처럼 무음 처리됐고, 후반부 28초 동안은 클로즈업된 '김정은 조화'만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13일 '(무음 처리해 달라는) 북측의 요청이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북한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 내부의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상 제공 과정에서 여러 의사 결정 단계가 있는데 (통일부 당국자가) 책임감 있게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북측의 요청은 없었지만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였다. 이 당국자는 무음 편집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원본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김여정은 이 자리에서 "(장관급인) 안보실장께서 나오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고 박지원 의원은 전했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통일부가 대화 내용을 통째로 감춘 걸 보면 양측 간 밝히기 힘든 대화나 예상 밖 일이 있었을 수 있다"며 "조화를 받겠다고 상주 격인 박 의원이 올라간 것이나, 잘해야 차관급인 김여정이 오는데 우리 장차관들이 떼 지어 판문점에 간 것부터가 부적절했다"고 했다. 정부가 지나치게 북한 눈치를 본다는 지적과 함께 사실상의 '언론 통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통일부는 지난해 1월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이 방한했을 때도 그의 육성을 지운 영상을 언론에 제공했다. 당시 취재진이 현송월에게 접근하자 국정원 관계자가 "(현 단장께서) 불편해하신다. 질문 자꾸 하지 말라"며 막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4/201906140034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