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텀업' 방식 협상 거듭 강조… "조속 대화" 文대통령과 입장차
트럼프 "대북 정책 달라질수도" 北 겨냥한 경고성 발언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각) 북핵 협상과 관련해 "나는 서두를 것이 없다"며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실무 협상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해 약속을 해야 3차 미·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백악관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는 시간이 지나면 북한과 매우 잘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두를 것 없다'는 표현을 네 번이나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지난 10일 친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거론하며 "언젠가는 여러분도 친서 안에 뭐가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100년 뒤? 2주 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에 대해 "그것은 매우 멋지고 따뜻한 친서였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고 한 것은 북한 김정은과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도 실무 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비핵화 약속이 있어야 정상회담을 여는 이른바 '보텀업(bottom-up·상향식)' 방식으로 협상을 해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연설에서 미·북 비핵화 대화 교착 상태에 대해 "대화하지 않은 기간이 길어지면 대화의 열정이 식을 수 있다"며 "저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속한 만남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 협상 재개 속도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입장 차를 보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핵 문제가 수십년을 끌어온 것을 지적한 뒤 "나는 (현재의 대북 정책 기조에서) 달라질지 모른다. 내가 달라진다면 여러분은 재빨리 알게 될 것"이라며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 나는 여러분 그리고 모든 이를 위해 잘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향후 반응에 따라 미국의 대응 방식이 결정될 것이란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은 본격적인 실무 협상을 위한 시동 걸기에 나섰다. 미 국무부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국무부는 북한과 실무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1년 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들을 향한 진전을 어떻게 이룰지에 대해 북한 측 대화 상대와 계속해서 논의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이날 뉴욕에서 열린 북핵 문제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과 비공개 회동에서 김정은의 친서 전달 등에 대해 '긍정적 시그널로 본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의 친서를 계기로 북한과 본격적인 실무 회담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4/20190614003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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