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이 동남아시아에서 운영 중인 해외 식당을 통해 안면 인식기술을 판매, 핵무기 개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CNN은 18일(현지 시각) 미국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와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CNS)가 최근 베트남 하노이 한복판에 있는 ‘고려평양식당’이 정체불명의 IT(통신기술) 업체 ‘퓨처테크그룹’, 말레이시아의 ‘글로컴’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글로컴은 북한이 오래 전부터 불법 무기 수출을 위해 이용한 회사다.

보도에 따르면, 고려평양식당은 겉으로 보기엔 냉면과 김치 등을 판매하는 평범한 북한 음식점이다. 베트남 사업자 등록 기록을 살펴보면 북한 국적의 김종길(46)이 설립한 레스토랑업체 ‘무도비나’가 운영을 맡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러 IT 프리랜서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kjg197318’의 아이디 뒷 부분이 김종길의 생년월일이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종길이 현지 법인을 세우기 위해 베트남 정부에 적어낸 그의 생년월일은 1973년 1월 8일이다.

‘kjg197318’은 프리랜서 사이트들에 올린 프로필에서 자신을 ‘소프트웨어 개발자 겸 안면 인식기술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퓨처테크그룹과 작업한 이력을 상세히 나열해놨다고 한다. CNN은 전문가들이 이를 바탕으로 퓨처테크그룹이 글로컴과 IP 주소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북한 정권이 고려평양식당을 거점으로 삼아 안면 인식기술을 판매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제이슨 아터번 C4ADS 북한·중국 전문분석관은 CNN에 "고려평양식당이 북한의 해외 상업 전초기지로 기능하고 있다는 데에 높은 확신을 갖고 있다"며 "해외에서 활동하는 북한 프로그래머들은 매년 수십만 달러를 북한에 조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북한의 ‘고려평양식당’. 미국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와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CNS)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 이 식당을 거점으로 삼아 안면 인식기술을 판매해 핵무기 개발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CNN

문제는 안면 인식기술의 판매가 대북제재 위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안면 인식기술 등 정보 기술은 비군사적 목적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보 기술 판매가 대북제재를 피해 외화를 벌어들이려는 북한에 빠져나갈 구멍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서 조사관을 역임했던 조지 로페즈는 나아가 각국 세관 관계자들도 북한의 온라인 거래까지 감시하지 않아 북한의 제재 회피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CNS의 캐머런 트레이너 분석관은 "북한 정권이 정보 기술 판매를 통해 얻은 수입을 핵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19/2019051901483.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