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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북한 막장 시나리오

기사승인 201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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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민족 통일'이 아니라 '정치 체제 통일'이어야 하고
北이 '자유 조선' 될 때까지 일정 기간 남북 분리돼 있어야
 

류근일 언론인
류근일 언론인

한반도 운명이 결정적인 갈림길에 와 있다. 남북 '우리 민족끼리' 세력의 '신(新)한반도 체제(B)'로 가느냐, 아니면 남북 자유인들의 '신한반도 체제(A)'로 가느냐가 그것이다. B는 전체주의 한반도의 길이고 A는 자유 한반도의 길이다.

문제는 북한과 남한 운동권은 수십 년 동안 B를 줄기차게 공세적으로 소리쳐 왔는데, 남한 자유인들과 북한 피압박 주민은 A를 대놓고 주장하지 못하고 항상 밀리는 입장에 섰었다는 점이다. 남북 '우리 민족끼리'는 '남조선 혁명'과 '보수 패당 궤멸'을 공공연히 외쳐 대는데, 그 반대쪽은 '북한 자유화' '세습 폭정 타도'를 말했다가는 "그럼 전쟁하자는 거냐?"는 상투적인 궤변에 부닥치곤 했다. 공정하지도, 대등하지도 않은 일방주의였다.

남한 자유인들과 북한 피압박 주민도 이제는 '북한 민주화' '북한 자유화' '자유 한반도' 비전을 공격적으로 천명할 때가 되었다. 왜 저들은 그래도 되고 우리는 그래선 안 되는가? '우리 민족끼리' 쪽의 물불 가리지 않는 '김정은 일병 구하기' 몰빵이 자유 한국인들에겐 오히려 "앉아서 죽느니 서서 싸우자는" 각성제가 되고 있기에 말이다.

그렇다면 남북 자유인들의 통일 프로젝트는 무엇이어야 할까? 북한과 남한 운동권의 '신한반도 체제'는 하노이 회담 결렬로 정식으로 무대에 오르진 못했다. 그러나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통일연구원장 때 중국 상하이에서 발표했다는 '평화협정 시안'은 그쪽 진영 통일 취향이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시안'은 북한 비핵화 50% 달성 시점(2020)에 남·북·미·중이 평화협정을 맺고, 90일 이내 유엔사를 해체하고, 미군의 전략 자산 전개와 한·미 훈련을 금지한다고 했다. 북한 '숙원 사업'을 실현하는 통일인 셈이다(조선일보 3월 13일 자). 남한 자유인들과 북한 '자유조선' 레지스탕스는 이런 종류의 '신한반도 체제'를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 남과 북의 자유화 세력은 그와는 정반대의 '신한반도 체제'를 정립해야 한다. 노재봉 전 총리가 지도하는 '한국자유회의'와 북한 반체제 그룹 '자유조선'의 통일 비전이 예컨대 그런 것이다. 이 둘은 의외의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한국자유회의'의 김영호 교수는 남과 북을 우선은 법률적(de jure)으론 아니지만 사실상(de facto)으론 두 국가로 분리시켜 두어야 한다고 한다. 같은 민족이니까 '일국 두 체제'로 합치자는 건 한국을 무장 해제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국자유회의'는 그래서 '분리를 경유한 통일'을 제시한다. 북한 '자유조선'도 "북한 주민은 김일성 일족에게 투표한 적도 없지만 대한민국에 투표한 적도 없다"는 말로 같은 뜻을 표했다. 북한 '자유조선'의 내막을 제대로 안다고 신뢰할 만한 뉴스원(源)은 최근 필자와 또 한 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들(자유조선)은 북한뿐 아니라 남한도 경계한다."

'한국자유회의'와 '자유조선'의 입장은 결국 통일은 '민족 통일'이 아니라 '정치 체제 통일'이라는 것, 그래서 북한이 '자유조선'이 될 때까지 또는 그 이후로도 일정 기간 남과 북은 분리돼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한국이 강력한 한·미 동맹과 핵 억지력을 유지하고 '우리 민족끼리' 선전·선동을 차단하며 북한 인권 참상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북한 '자유조선'도 독자적 리더십으로 새로운 정치·경제 인프라를 창출해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미·중 무역 전쟁에서 한풀 꺾인 중국도 북한 체제 개혁에 정면 반대를 안 할 수 있으리란 기대이기도 하다. 이게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있을 수 있는 '북한 레짐 체인지(체제 변경)' 구상과 맞아떨어지는 것이라면 더욱 현실성이 있겠지만 아직은 지켜볼 일이다.

'한국자유회의'와 북한 '자유조선'의 북한 레짐 체인지와 '분리를 경유한 통일'은 과연 적실성이 있을까? 4·11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빅딜) 없는 제재 완화(스몰 딜)는 없다고 했다. 김정은은 '자력 갱생' 두더지 굴로 되돌아갔다. 화가 난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오지랖 넓게 양다리 걸치지 말고 화끈하게 우리 편 돼 개성공단·금강산 열라우." 만약 그랬다간 한국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묵사발 날 것이다. 트럼프도 김정은도 문 대통령의 중재역을 용도 폐기했다. 김정은 통치 자금도 갈수록 바닥나고 그의 우상도 추락할 것이다. 충분히 띄워볼 만한 북한 막장 시나리오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5/2019041502994.html

조선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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