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충격을 받은 이유는 회담에서 기대했던 수준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북한 전문가인 장롄구이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가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 언론사 주최 북한 포럼에서 한 말을 인용해 26일 보도했다. 중앙당교는 중국 최고위 지도자들의 싱크탱크로 공산당 간부들을 교육시키는 역할도 한다.

회담 당시 미국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핵 시설 리스트를 제시했을 때 김 위원장은 놀랐다는 상황에 대해 장 교수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장 교수는 "미국 측이 ‘숨겨진’ 핵 시설 목록을 공개했을 때 김 위원장이 충격을 받았던 것은 미국이 (북한 핵 관련) 지하시설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북한이 하노이회담에서 기대했던 것들을 충족시킬 수 없겠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그런 지하시설은 미국의 다수 싱크탱크들에 의해 이전에 보고돼 왔던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 후 숙소인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변 핵시설뿐만 아니라 나오지 않은 것 중에 우리가 발견한 것이 있었다"며 "이를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란 것 같다"고 전한 바 있다.

미국 측은 협상 당시 영변 핵 단지뿐 아니라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전체의 폐기 및 파기, 이 밖에 그 이상의 플러스알파(+α)’에 대한 이행 의사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목표를 위해 ‘포괄적 신고’를 하고 대량파괴무기(WMD)와 미사일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장 교수는 "본래 미국과 북한 모두 결심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으려고 했다"며 "회담 이전 트럼프의 가식적인 모습은 미국 측이 북한 핵시설을 확인하는 데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회담이 결렬된 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장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설득하려고 했지만 김 위원장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에 반대하는 측근들의 영향을 받았다"며 "측근들은 김 위원장을 보호하려 했기 때문에 반대했고, 만약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 김 위원장의 권력 장악력이 흔들릴 지 모른다고 걱정했다"고 분석했다.

또 장 교수는 "회담 이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강하게 반발한 것은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시험 풍선’(trial balloon)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최 부상은 지난 1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과의 협상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미국이 (핵·미사일 실험 유예 등) 북한이 취해온 조처들에 상응하는 조처를 하지 않거나 정치적 계산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요구에 양보하거나 협상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고 했었다.

장 교수는 회담이 결렬된 이후 다음 협 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래 협상은 알려진 것(핵 시설 등), 알려지지 않은 것 모두를 망라해야 한다"며 "지금부터 회담은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로 인해 협상 난이도는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북한은 올해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불안정해질 것이며, 부분적으로는 유엔(UN) 제재 영향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6/20190326010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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