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의 배후로 알려진 북한 반체제단체 ‘천리마민방위’가 습격 당시 확보한 북한 관련 정보를 미 연방수사국(FBI)에 넘겼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소식통을 인용해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천리마민방위가 확보한 정보에는 과거 스페인 대사를 지낸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의 활동 내역 등 북한 관련 기밀이 포함됐을 수도 있다.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반체제단체와 미 정보기관이 접촉한 사실은 양국간 비핵화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전경. /구글뷰

이번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천리마민방위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을 습격한 후 대사관에서 훔친 문서와 컴퓨터에서 얻은 북한 관련 정보를 FBI와 공유했다. WP는 "이 단체가 미국 당국과 접촉함으로써 스페인 사법당국이 진행 중인 국제적으로 매우 민감한 수사에 미국 정보당국을 끌어들였다"고 했다.

천리마민방위와 FBI간 접촉이 사실이라면 미·북간 비핵화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적으로는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가운데 뒤에서는 정보당국을 통해 반북(反北)단체와 접촉해 협상에 유리한 정보를 캐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훔친 정보에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측 실무협상 책임자로 활약한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가 스페인 대사로 지낼 당시 활동 내역 등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을 수도 있다.

천리마민방위는 2017년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독살된 이후 그 자녀인 김한솔·솔희 남매를 피신시키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은 해외로 망명한 김정은 일가의 친인척·탈북민들과 함께 북한 정권 약화와 임시정부 건립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15일 WP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사건의 배후로 이들을 지목했다. 천리마민방위는 공식적으로 배후를 자처하진 않았지만 17일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취재하는 언론들을 향해 신원에 대한 비밀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천리마민방위가 왜 FBI와 접촉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는 "이들은 스페인 대사관 습격 사건에 따른 북한 정권의 보복으로부터 보호를 요청하기 위해 미 정보기관을 찾았을 것"이 라고 분석했다. 천리마민방위는 아직 조직 규모가 크지 않고 재정적 지원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FBI 대변인은 천리마민방위와 접촉했냐는 질문에 "조사 활동의 존재 유무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다만 FBI는 스페인 사법당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갖고 정보를 공유하며 정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2/20190322015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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