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상응 조치' 줄다리기
 

미·북은 20일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작되는 의제 협상에서 영변 핵 시설 폐기를 비롯한 비핵화 조치와 금강산 관광 재개,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 선언 등 '상응 조치'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거론되는 미국 측 '상응 조치'는 과거에도 논의되거나 실패를 경험했던 사안으로 양측이 타협을 보기까지 적지 않은 걸림돌이 있다는 관측이다.

금강산 관광, 北이 우회로 용인할까

북한이 '상응 조치'로 가장 원하는 건 '대북 제재 완화·해제'다. 여러 제재와 충돌하는 '개성공단 재가동'보다는 '금강산 관광 재개'가 먼저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정부는 최근 '벌크 캐시(대량 현금)' 유입을 피해 금강산 관광 사업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 연구위원은 "금강산 관광의 경우 유엔 안보리 제재의 '합작 사업 금지' 조항과 시설 개·보수를 위한 물자 반입 문제만 해결되면 다른 사업보단 재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19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19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 실무 협상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 AP 연합뉴스

그러나 당장 외화가 급한 북한이 '현물 지급'이나 '에스크로 방식' 등 우회로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과거에도 비슷한 주장은 자주 나왔으나 북한의 강경한 반발로 실현되지 않았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사업이 한참 궤도에 올랐을 땐 한 해 4000만~500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2006년 관변 단체 명의로 성명을 내고 "금강산 관광비를 물자로 제공하겠다고 하는 것은 쌍방간 합의에 전면 배치되고, 공인된 국제관례나 규범에도 어긋나는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조건 없는 재개"를 언급한 만큼 북한이 이를 전격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北, 연락사무소는 과거 거부…종전 선언은 심드렁

관계 정상화를 위한 초기 조치로 '연락관 교환'도 거론되고 있다. 사실상 미·북 연락사무소를 두겠다는 것으로 국교(國交) 정상화를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관계 정상화'는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9·19 합의 등 미·북 간 대화가 이뤄질 때마다 나온 '단골 카드'다. 제네바 합의 때도 워싱턴DC와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하고, 실제 부지까지 검토했지만 미·북 간의 긴장 조성으로 결국 계획이 백지화됐다.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북한은 평양에 성조기가 걸리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연락사무소 설치는 결국 비핵화 협상의 장기화를 의미한다"며 "북한 개방의 단초를 제공하고 현장 사찰의 거점을 마련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차후 협상을 북한 의도대로 끌려 다닐 수 있다"고 했다.

종전 선언 역시 미국 측의 상응 조치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은 지난 1차 정상회담 당시에도 북한이 구체적 비핵화에 동의할 경우 종전 선언을 할 수 있도록 종전선언문 초안까지 작성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상징적 차원의 종전 선언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 같은 상응 조치를 동시에 추진하는 걸 검토하고 있지만, 북한이 내놓는 비핵화 조치가 원하는 수준과 차이가 있을 경우 협상은 더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김정은이 '평양 공동선언'에서 언급한 영변 핵 시설 폐기 외에도 '비핵화 로드맵' 등에 합의하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물지급 방식

현금 대신 쌀 등 물품으로 금강산 관광 등의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

☞에스크로 방식

제3국 계좌에 현금을 예치해두고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때마다 대금 지급.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0/20190220002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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