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각)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열흘여 앞두고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속도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 우리는 그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핵과 미사일의 폐기가 아닌 실험 중단을 1차적 목표로 거론한 것이다. 미 조야에서는 2차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북핵 폐기가 아닌 핵·미사일 동결이라는 '낮은 수준'의 합의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차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행운이 깃들기를 희망한다. 1차 회담에서 많은 것이 이뤄졌다. (이번 회담도)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들도 그대로 있다"면서 "과거 미국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에 수십억달러를 퍼주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했다.

2차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서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2차 정상회담이 핵·미사일 동결과 체제 보장 조치라는 '스몰 딜'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노이에 온 ‘김정은의 집사’ 김창선… 美 의전팀도 도착 - ‘김정은의 집사’ 김창선(왼쪽)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17일(현지 시각)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호텔을 둘러본 뒤 김철규(오른쪽 뒤) 호위사령부 부사령관과 함께 밖으로 나오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16일 하노이에 도착한 대니얼 월시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모습. 양측은 이날 2차 미·북 정상회담 ‘의전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에 온 ‘김정은의 집사’ 김창선… 美 의전팀도 도착 - ‘김정은의 집사’ 김창선(왼쪽)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17일(현지 시각)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호텔을 둘러본 뒤 김철규(오른쪽 뒤) 호위사령부 부사령관과 함께 밖으로 나오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16일 하노이에 도착한 대니얼 월시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모습. 양측은 이날 2차 미·북 정상회담 ‘의전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뉴스1 제공

한편 17일 베트남 하노이에선 '김정은의 집사'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대니얼 월시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만나 정상회담 '의전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장소는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NCC), 트럼프 대통령 숙소는 JW 매리엇 호텔, 김정은 국무위원장 숙소는 소피텔 호텔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합의문 내용을 조율하는 '의제 협상'은 오는 20일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내주 협상에서 이견을 좁힐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영변 핵시설 폐기 등에서 일부 진전된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겠지만, 북한이 핵·신고 폐기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합의하기까지는 아직 먼 길이 남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아직 평양에서 출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전문가들은 2차 정상회담에서 최소한 북한 영변 핵시설,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기·검증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폐기·반출하는 수준의 비핵화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핵실험 중단 등 동결 조치만 해도 만족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내가 전에 말했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 데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 분명하다"며 "문제는 행정부 내 일부 인사 역시 그러느냐의 여부"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들(북한)은 진짜로 미국을 이용해왔다.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북 제재 완화와 경제적 지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는 북한과 김 위원장이 경제 강국으로서의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과 러시아, 중국 사이에 있는 입지는 경이적이고, 나는 그들이 장래에 엄청난 경제적 번영을 이룰 훌륭한 기회를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북한과 경제 지원 합의를 하더라고 미국 돈은 쓰지 않고, 주변국들의 돈을 끌어들여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 기대치를 2차 회담을 앞두고 하향 조정한 것 같다"면서 "철저한 북핵 검증 없이 ICBM 폐기만으로 상황을 봉합하려는 '나쁜 거래'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18/201902180027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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