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브루킹스연구소·국가전략연구원·조선일보 비공개 토론회
미국을 대표하는 브루킹스연구소와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조선일보가 17일 공동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 비공개 토론회에선 한·미 동맹 약화와 북 비핵화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비핵화는 안보의 '하위 개념'이기 때문에 비핵화를 위해 전체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한·미 동맹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또 미국 측 인사들은 "한·미·중이 모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적나라한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한 전직 외교부 고위 관료는 "핵이 없고 한·미 동맹도 없어진 한반도와, 제한된 핵이 있지만 굳건한 한·미 동맹이 있는 한반도 중 어느 게 나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한·미 동맹을 택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그동안 우리는 미국·일본 등 해양 세력과 손을 잡고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며 "그들과 가치관을 공유해야 경제적 번영을 계속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한·미 동맹이 비핵화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한·미 동맹을 지키기 위해 "주한 미군은 흥정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미·북 정상회담 이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하게 얘기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미국 측 인사는 "1차 미·북 정상회담이 너무나도 비극적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에 미국 관료들이 오히려 2차 정상회담이 없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미국 측 인사는 "미국과 한국, 중국은 모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수용 또는 인정할 준비가 돼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일시 중지시키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한국은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더 쉽고 실용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 정부의 협상 능력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 전직 국방부 고위 관료는 "북한과의 논리 싸움에서 우리가 연전연패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제대로 준비 안 된 상태에서 협상에 나가고, 북한 논리에 질질 끌려가고 있다"며 "심지어 일부 대학교수는 그런 북한의 논리를 받아들여 뻔뻔하게 북한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협상에 대한 제언적 측면에서 "연합훈련을 재개해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군사·경제 두 개의 축을 통한 압박으로 김정은이 잠도 못 잘 정도의 상황이 조성돼 협상에 나선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중지했고 우리 정부는 9·19 군사합의를 해줌으로써 김정은이 편하게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며 "김정은 압박을 위해 오히려 연합훈련 재개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국방부 전직 고위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는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관들이 사인을 했으니 이행 노력을 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만일 북한이 비핵화에 역행하거나 합의 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즉각 다시 군사적 사안들을 되돌릴 수 있는 '플랜 B' 계획을 분명히 세우고 국민은 물론 적에게도 알려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 참석자는 "북핵 해결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며 "정말 비핵화를 이루려면 우리도 핵을 가진 뒤 남북 간 상호 핵군축을 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한 미국 측 인사는 "북한이 핵무기를 '만능의 보검'이라고 하는데, 한·미 동맹이 우리의 소중한 방패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토론에는 이상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원장(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전직 외교·통일·국방부 장차관급 인사들과 한·미 전문가 등 32명이 참석해 비실명으로 토론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8/201901180032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