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보도… 이번주 워싱턴 가는 北 김영철 가방 안에 '김정은 답변'
美 제재유지 확고… 北 영변核폐기 카드 꺼내면, 美 일부 완화 가능성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2차 미·북 정상회담 시기는 2월 말이나 3월 초, 장소는 하노이(베트남)나 방콕(태국)이 유력하다. 김정은의 선택에 달렸다.'

모든 상황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워싱턴의 전망은 이렇게 요약된다. 미국은 구체적인 제안을 했고 북한이 답을 할 차례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다음 달 중순 하노이나 방콕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이날 "최근 일본 언론이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2차 정상회담을 베트남에서 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는데, 실제로는 태국과 베트남 두 나라를 복수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7~18일로 예정된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한 김정은의 입장을 전달하고 조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CNN도 15일 트럼프 대통령 친서가 김정은에게 전달됐으며 김영철이 2차 정상회담 세부 사항을 확정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김영철의 워싱턴 방문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고위급 회담과 동시에 김정은의 특사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미·북이 고위급 회담 장소를 뉴욕이 아닌 워싱턴으로 합의한 데도 이 같은 고려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그러나 "김영철이 어떤 형식으로 트럼프를 만날 것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한 전직 외교관은 "북한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참모와 실무진은 모두 강경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을 우회해 트럼프와 직접 접촉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미국은 장거리 비행이 여의치 않은 북한 입장을 고려해 동남아 지역에서 2차 정상회담 개최 지역을 물색했다. 경호와 보안 유지, 기본 인프라, 북한 공관 존재 여부 등을 점검했다고 한다. 최종 후보는 베트남과 태국이었다. 베트남은 최근 여러 경로로 개최 의사를 적극 표명하고 있다. 태국 역시 물밑에서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2월 말 총선 연기설 등 국내 정치 사정 때문에 공개적으로 나서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북 정상회담을 제3국에서 할 경우 의전과 경호, 의제 조율 등의 준비에 약 6주가 걸린다고 한다. 17~18일 예정대로 고위급 회담이 열려 2차 정상회담 개최를 확정할 경우 이르면 2월 말이나 3월 초 개최가 가능해진다.

문제는 정상회담에서 논의해야 할 의제이다. 김정은은 제재 완화를, 트럼프는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원한다. 워싱턴은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선 여전히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핵화 없이 제재 완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그러나 "북한이 검증과 사찰을 포함한 영변 핵 시설 폐기 카드를 내놓을 경우 미국도 일부 제재 완화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미국은 연락사무소 설치 같은 관계 개선 방안, 일부 제재 완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제재 원칙이 워낙 확고하기 때문에 당장 제재 완화는 어렵겠지만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폐기 의사를 보인다면 남북 경협에 필요한 제재 면제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우회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평화협정과 연락사무소 설치 등으로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에서 트럼프-김정은의 2차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다. 스캇 스나이더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2차 정상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미·북이 평화와 비핵화 목표에 진지하다는 것을 서로 행동으로 보여주는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도 "김정은의 접근 방식은 트럼프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고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6/20190116003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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