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만나 中·日 굴레 벗어나 민족 사상 가장 富國 됐는데
美서 떼내 동북아로 욱여넣고 중국 대륙에 再복속시키는 중
북한 '대변인'으로 시작해 '해결사' 된 韓은 어디로 가나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어느 외교관이 "친구는 선택할 수 있어도 이웃은 선택할 수 없다"고 했다. 이웃은 우리가 싫어하든 좋아하든 어쩔 수 없이 '거기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이웃을 잘 만나면 그처럼 평안한 일이 없고 이웃을 잘못 만나면 그런 불운과 불행이 없다.

대한민국의 그런 이웃은 다섯 나라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북한이다. 우리는 이 다섯 나라(또는 그 나라들의 분파)와 이리 편(便)먹고 저리 짝짓고 하면서 수백 년을 힘겹게 살아왔고 지난 100여 년 전 구한말은 그런 역사의 극대화 시기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다섯 '이웃'과 마지막일지 모르는 편먹기와 짝짓기를 하고 있다. 불행히도 이웃들은 대한민국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거나 악의적이다. 설상가상으로 대한민국을 이끄는 리더십에도 고장 신호가 역력하다. 안팎으로 대한민국의 위기다.

2019년 새해 들면서 다섯 나라 간의 편먹기 게임 양상은 더욱 분주해졌다. 북한 김정은이 중국의 시진핑과 짝을 맞추더니 머지않아 미국의 트럼프와도 대좌한다. 한바탕의 게임이 연출된 뒤 김정은은 그렇게 만남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찾아온다. 그 어간에 시진핑이 한국을 방문할지도 모른다. 한국은 때맞춰 일본 패싱에 주력하며 한국 내의 반일(反日) 감정을 돋워놓는다.

그 짝짓기의 중심(?)에는 김정은이 있다. 어제는 시진핑, 내일은 트럼프, 모레는 문재인 식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일본의 아베도 기다리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 시작된 짝짓기 게임인데, 이제 핵은 온데간데없고 김정은의 동분서주 외교력만 돋보인다. 불과 2년 사이에 동북아의 '고아'에서 일약 '총아'가 된 것이다. 반면 문 대통령은 북한의 '대변인'으로 시작해서 대북 제재를 해제하려는 '해결사'로까지 전락하고 있다.

트럼프는 '세계의 미국'을 미주 대륙에 갇힌 '북미 국가'로 추락시키고 있다. 그가 이끄는 미국은 어제의 미국이 아니다. 더 이상 세계의 퍼주기 국가도 아니고 '경찰'도 아님을 스스로 선언하고 있다. 남의 안보는 돈 안 내면 안 해주고 미국 경제에 손해 나는 일은 한 치도 양보 없고 국경에는 미국판 '만리장성'을 쌓는, 한마디로 저희끼리만 울 안에서 잘 살자는 '이류 국가'로 가고 있다.

시진핑은 중국을 황국(皇國)으로 만들어 세계의 새로운 지배 국가가 되려 한다. 그의 중화(中華)주의는 어느 의미에서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다. 주변 국가와 친구로 가는 것이 아니라 종주 개념으로 군림하려 한다. 사드 사태 이후 한국을 아래 나라 대하듯 하는 중국은 더 이상 우리의 선(善)한 이웃이 아니다.

일본의 아베는 기회주의자다. 그는 미국의 보호에서 떨어져 나오는 한국을 어떻게 일본의 입맛(국익)에 맞게 요리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그는 중국의 굴기에 맞서, 아니 그것을 빙자해 일본을 새로운 G2 군사 국가로 도약시키려는 신(新)군국주의에 심취한다. 그의 안중에 한국은 '구한말의 조선'으로 보일 뿐이다. 문 대통령이 연두 회견 서론에서 일본을 언급도 하지 않자, 일본 언론은 한국을 '친구도 이웃도 하고 싶지 않은' 나라로 격하했다.

김정은, 트럼프, 시진핑, 아베가 어우러져 추고 있는 '동북아시아 춤'에서 한국은 어느 쪽 파트너를 잡을지 머뭇거리고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는지도 모른다. '변두리'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무엇인가 우리의 진로를 제시할 수 있으리라 했던 기대는 허망하게 끝났다. 동북아 짝짓기 게임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보여주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에서 헤맸고 안보에서도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4000년 역사를 중국과 일본의 위협과 속박 속에서 살았다. 2차 세계대전 종료와 더불어 미국을 만난 우리는 비로소 중국과 일본의 굴레를 벗어나 세계로 나아갔다. 그후 70여 년 우리는 민족의 역사 가운데 가장 잘사는 나라로 우뚝 섰다. 이제 역사는 반전(反轉)해 우리를 중국과 일본이 장악하고 북한이 도사리고 있는 동북아의 구도로 다시 욱여넣으려 한다. 누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한국을 미국에서 떼어내 아시아의 대륙 한 끝으로, 다시 말해 중국 대륙에 복속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비록 지지하지는 않더라고 최소한 긍정하는 부분이 있고 또 견해는 다르더라도 존중해줄 만한 요소는 있어야 한다. 그의 회견은 이 나라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 더한층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4/20190114028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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