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文대통령 전용기 대북제재 대상 여부 놓고 핑퐁게임
 

청와대와 외교부는 지난 9월 평양을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 전용기가 미국의 대북(對北) 제재 적용을 받아 뉴욕 방문 때 제재 면제 절차를 진행했다는 본지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청와대는 13일 "우리가 미국에 제재 면제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전용기의 미국 입국에 대해) 한·미 간에 긴밀한 협의는 했다"고 했다. 전용기 문제를 협의했지만 공식 면제 요청은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전용기가 미국 제재 대상인지에 대해서도 "미국에 물어보라"며 구체적 답을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프라하에서 회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프라하에서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9월 문 대통령의 미국 유엔총회 방문 때 전용기의 제재 예외 절차를 진행했다는 기사에 대해 "미국에 예외 절차를 요구한 적이 없다"며 "따라서 우리 정부가 미국 제재 면제를 신청한 적도 없다"고 했다. 미국의 허가를 받고 미국을 갔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이런(전용기) 협의는 늘 하는 여러 협의 중 하나"라며 "한·미 간에 긴밀한 협의를 했다"고 했다. 다만 "협의 후에 미국에 제재 면제 신청을 한 바는 없고, 아무 문제 없이 유엔총회에 다녀왔다"고 했다. 한·미 간 협의를 통해 전용기 방미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한·미 간 협의 시점에 대해 이 당국자는 "시점은 딱 잘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본지 보도 내용 역시 미국의 행정명령 때문에 대통령 전용기의 제재 면제를 위한 한·미 간 협의를 통해 방미(訪美)가 이뤄졌다는 내용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제재 면제를 '요청했다'는 부분은 없다.

대통령 전용기가 미국의 제재 대상인지에 대해 김 대변인은 "우리 정부보다 미국 정부나 대사관에서 확실하게 대답을 받기 바란다"며 공을 미국에 넘겼다. 이에 대해 주한 미국 대사관 측은 "그 문제라면 한국 정부나 주미 한국 대사관에 물어보라"고 했다. 한·미 간에 서로 '핑퐁 게임'을 하는 모양새다.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을 위해 국내에 머물고 있는 조윤제 주미 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전용기의 미국 입항 과정에는 말 못할 복잡한 사정이 있다"고 했다.

외교부도 "전용기의 미국 국내법(제재) 적용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에 문의 바란다"고 했다. 청와대와 같은 말이다. '대통령 전용기는 원래 제재 면제가 되느냐'고 묻자 외교부 당국자는 "여하튼 유엔총회에 문제없이 다녀왔고 제재 면제는 신청한 바 없다"고 말했다. 미국 행정명령에는 제재 대상이 북한을 다녀온 항공기로 돼 있을 뿐 민항기·군용기·전용기 구분은 없다.

청와대는 중간 경유지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검토하다가 체코로 최종 결정한 이유에 대해 시차 적응을 위한 '생체 리듬'을 고려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경유지로 체코를 정한 것은 제재와 무관하다"며 "급유와 체코와의 정상 외교, 그리고 대표단의 시차 적응을 고려했다"고 했다.

이어 "(아르헨티나를 가기 위해) 서쪽(유럽)으로 가느냐, 동쪽(미국)으로 가느냐는 인간 생체 리듬과 기류의 문제 등을 고려해 서쪽으로 가는 것이 훨씬 시차 적응에 유리하다. 비행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남미(南美)를 오갈 때 LA와 하와이를 경유지로 택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미국을 거쳐 남미로 갔었다. 역대 대통령 대부분이 청와대가 제시한 생체 리듬론에 역행해서 남미로 간 셈이다. 김 대변인은 원래 LA로 가려다 체코로 변경한 것이 아니라 LA도 스페인·네덜란드·헝가리처럼 검토했다가 폐기한 경유지 후보 중 하나였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14/20181214003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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