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 "제재대상 아니다"
미국에 제재 면제 신청 안해
 

남북이 13일 철도·도로 연결 사업의 착공식을 오는 26일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남북 경협 사업의 대북 제재 위반 여부를 주시해온 미국은 착공식에 대해서도 제재 위반 우려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착공식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며 제재 면제 신청을 하지 않았다. 최근 미국은 대북 제재의 고삐를 죄는 것과 동시에 북한 인권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있다. 미·북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외교 소식통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문재인 정부가 철도 착공식을 서두르는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다"고 했다.

◇26일 판문역서 철도·도로 착공식

남북은 이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실무회의를 갖고 착공식 일정에 합의했다. 참석 인원은 남북 각각 100명씩으로 정했다. 이 회의는 전날 저녁 급하게 잡혔다. 우리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착공식에 앞서 마무리돼야 하는 동해선 철도 조사는 현재 진행 중이고, 동해선 도로의 경우 현장 조사를 시작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정부가 이처럼 착공식을 서두르는 것을 두고 정부 안팎에선 "평양 공동선언을 이행해야 한다는 정부의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평양 공동선언은 6개 합의 사항 중 군사 분야 합의(1항), 다양한 교류·협력(4항)을 제외하면 제대로 이행된 것이 없다.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청와대는 최근까지 6항인 김정은 서울 답방에 큰 기대를 걸었다"며 "이것이 무산되자 2항인 '연내 철도·도로 착공식'에 매달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방위 대북 제재로 본격적인 남북 경협이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 관계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정부가 북한과 착공식 일정에 합의하기 전 미국과 충분히 협의했는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제재 저촉 물품을 반출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착공식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미측과 워킹그룹을 통해 계속 협의해왔다"고 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순방 도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철도) 착공을 한다면 제재에 저촉될 소지가 있어 미국, 유엔 안보리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며 "일을 시작한다는 의미의 착수식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것도 앞으로 미국과 충분히 협의해 보려 한다"고 했다.

◇갈수록 험악해지는 美 분위기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공을 들이는 한국과 달리 최근 미국의 대북 압박 수위는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12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인신매매 퇴치 노력 부족을 이유로 북한을 겨냥해 특정 지원을 금지한 데 대해 "인신매매 퇴치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최근 북한 노동신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난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북한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도 "미국이 대조선 압박 책동에 더욱 광분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미 재무부가 지난 10일 북한의 2인자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등 3명을 인권 제재 명단에 올리고, 다음 날 국무부가 북한을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하는 등 미국발(發) 대북 압박 뉴스는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말 퇴임하는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12일 NBC 방송 인터뷰에서 재임 기간 성과로 안보리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 4건을 통과시킨 일을 꼽았다.

대북 제재의 고삐를 더욱 죄어야 한다는 주문은 미 조야(朝野)에서 더 강하게 나온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은 11일 한 토론회에서 "미국이 바라던 바를 달성하게 해줬던 초창기 대북 압박 정책의 영향이 줄어든 것을 우려한다"고 했다. 같은 행사에서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전 회장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제재를 완화해선 안 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14/20181214003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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