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권의 날인 10일 미 재무부가 북한 권력 2인자로 평가되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당 선전선동부장 등 3명을 인권 유린과 관련한 대북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인권의 날을 맞아 미국 정부가 제재를 발표한 나라는 북한이 유일했다. 국무부도 이날 '북 인권 유린 보고서'에서 "CD나 DVD만 갖고 있어도 처형당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미국의 대북 인권 제재는 2016년 7월 김정은 등 개인 15명과 기관 8곳에 대한 제재 이후 4번째다. 개인 32명과 기관 13명이 제재 리스트에 올랐다. 이날 재무장관 발표처럼 미국은 북 주민을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해 잔인한 검열과 인권 침해·유린을 자행하는 기관과 고위 관리들을 지속적으로 제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세계 최악인 북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가 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을 위한 것"이라고만 했다. 남북 평화가 오면 북한 인권이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과거 10년에 걸친 햇볕 정권 집권기 동안 북한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사람다운 삶을 살게 됐다는 증언은 들어본 기억이 없다. 서방의 경제 지원을 받은 소련, 햇볕을 쬔 북한의 독재 체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오히려 내부 통제를 강화했다는 반대 주장이 있을 뿐이다.

김정은 정권이 폭압 체제인 것은 그것만이 정권을 유지할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이 북 정권의 시대착오적 실상을 외부 세계와 비교할 수 있게 되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조금이라도 갖게 되면 김씨 왕조는 존립할 수 없다. 북한 주민의 인권이 탄압받는 것은 한반도 평화가 없어서가 아니라 김씨 왕조의 체제 유지 때문이다. 북핵이 폐기되고 실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도 김씨 왕조가 존재하는 한 북한 인권 탄압은 없어질 수 없다. 오히려 북 정권의 주민 감시·탄압은 더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북한 인권을 개선할 수단은 김정은 정 권이 인권 탄압으로 인해 끊임없이 압박을 받고 손해를 보도록 만드는 것뿐이다. 서독은 1970년 3월 동독에서 열린 1차 동서독 총리 회담 때부터 '인권 신장'을 거론했다. 그해 5월 동독 총리의 서독 답방으로 이뤄진 2차 정상회담에선 '인권 보호' 조항을 넣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나 불가능하지 않다. 정말 인권에 대한 신념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11/2018121103409.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