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조선DB.
앙코르와트에 인접해 있는 캄보디아 시엠레아프 평양냉면관은 하루에 관광버스 30대가 찾아올 정도로 인기였다. 주요 고객은 한국인 관광객이었다. 하지만 2016년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는 계기가 있었다.
 
2016년 초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우리 정부의 북한 식당 이용 자제 권고와 현지 한인회의 불매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김현식 캄보디아한인회장은 VOA와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철수 이후 ‘냉면 한 그릇이 대수롭습니까’라며 캠페인을 시작했다”면서 “냉면 한 그릇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것이 핵을 만드는 데 쓰이고, 북한 정부가 외국에서 모은 돈을 갖고 핵폭탄을 만드는 데 우리가 북한 식당을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캄보디아 평양냉면관에는 중국인 손님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 1월 15일 코트라 캄보디아 프톰펜 무역관운 "북한식당 종업원에 따르면 캄보디아 현지인과 한국인 고객이 줄었고 70∼80%가 중국 고객"이라고 밝혔다. 중국인 고객이 늘면서 활기를 되찾는 중이란 것이다.
 
캄보디아 평양냉면관 대북제재와 한국인 관광객 감소로 자금난에 허덕일 당시 이곳의 여종업원들은 성매매에 강제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탈북자는 "해외식당의 영업난시 중국 측 동업자의 투자금 회수 압박을 무마하기 위해 여종업원을 중국인 동업자가 운영하는 식당에 대여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 경우 중국인 사장의 요구로 성매매에 강제 동원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번 돈의 일부는 북한 축구대표팀 운영경비와 훈련경비로 사용됐다. 캄보디아 평양냉면관이 체육성 산하였기 때문.
 
여성들의 강제 성매매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북한 축구대표팀을 운영한 셈이다.
 
김정은은 '축구광'이다. 이탈리아의 인터밀란 팬이었다가 최근에는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9월 12일 영국 '더선'은 "북한 김정은은 축구를 정말 사랑한다. 그는 맨유의 광팬이며 북한 축구선수들이 곧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접수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해 10월 김정은은 북한 학생들에게 축구공을 일인당 1개씩 지급하라고 지시했지만 실제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이 축구 유니폼은 만들 수 있지만 특수 기술이 필요한 축구공과 축구화는 제조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축구광 김정은 때문인지 요즘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 스포츠는 축구다. 북한에서 축구는 '국민 스포츠'로 통한다.
 
북한 사람들은 북한 축구 대표팀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에 파견된 여종업원들이 어떤 일까지 하고 있는지를 알까.
 
1960년대 북한 축구는 아시아 최강이었다. 북한은 일명 '사다리 전법'을 앞세워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현재는 우리가 압도적이다. 북한전 역대 전적은 7승8무1패. 1990년 10월 평양에서 1-2로 패한 이래 11경기(4승7무) 연속 무패다.
 
한편 북한이 캄보디아에서 식당을 여럿 운영하고 있는 것은 두 나라가 친밀한 까닭이다. 북한과 캄보디아의 관계는 비동맹회의가 열렸던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캄보디아는 당시 외교적 고립 상태에 빠져있던 북한이 제3세계국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 때부터 캄보디아 시아누크 국왕과 북한 김일성 사이는 아주 특별한 형님·동생로 발전했다. 시아누크 국왕은 1965년부터 해마다 북한을 방문했고 그가 쿠데타로 자리에서 물러나있을 때나 권좌에 있을 때나 상관없이 김일성은 그를 극진하게 대접했다. 쿠데타로 실각했던 시아누크가 다시 왕권을 잡자 김일성은 평양시민 군중대회를 열어 경축했고, 경호원까지 보내 그의 신변을 보호했다. 시아누크 역시 보답하기 위해 직접 만든 노래를 김일성 생일축하곡으로 바칠 정도로 양국 관계는 우호를 넘어 애틋하기까지 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