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으로 비행금지구역 확대, 북한과 추후 경계선 설정 논의
北, NLL불인정땐 갈등 불가피… 서해·수도권 방어도 공백 우려
 

국방부가 9·19 남북 군사 합의로 군사분계선(MDL)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을 한강 하구(河口)와 동·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15일 "남북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은 현재 MDL을 기준으로만 설정돼 있다"며 "동·서해 NLL 일대와 한강 하구 수역으로 확대할지 북한과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남북이 한강 하구와 서해 NLL 일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경우 우리로선 서북 도서 및 수도권 방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우리 정부가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을 적극 모색하는 와중에도 북한은 수도권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방사포(다연장 로켓) 신형 포탄을 개발하고, 예년 수준의 군사훈련을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북한은 호국·태극훈련 등 한국군 단독 훈련과 소규모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MEP) 실시를 비난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남북이 9·19 군사 합의에서 동·서해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지 않은 이유는 기준선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강 하구는 중립 수역으로 남북 간 경계선이 없다. 우리가 동·서해 해상 경계선으로 삼고 있는 NLL은 북한이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9 ·19 군사 합의 따른 남북 비행금지구역 지도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4·27 판문점 회담부터 9월 평양 정상회담까지 일관되게 NLL을 인정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북한군은 최근까지도 함정 간 교신 등을 통해 자신들이 NLL 남쪽에 일방적으로 설정한 해상경비계선이 해상 경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강 하구 비행금지구역의 경우 강 중앙을 기준선으로 정하면 되지만 NLL 일대는 공통된 기준선을 우선 합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비행금지구역은 기준선을 중심으로 남북 간 등거리로 설정돼야 한다. 결국 NLL 일대 비행금지구역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서해 평화 수역 문제와 더불어 북한의 NLL 인정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 공군은 동·서해 상공에서 NLL을 기준으로 9㎞까지 군용기 비행을 제한하고 있다. 비행금지구역이 늘어나면 그만큼 정찰 활동을 할 수 없다.

군은 서북 도서를 위협하는 북한군 감시를 위해 이스라엘제 무인 정찰기 '헤론'을 운용 중인데, 당장 여기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군은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육·해·공 전력으로 북한 기습에 대응하는 대비 태세를 마련해 왔는데, 이 역시 수정이 불가피하다. 군 당국은 서해 NLL 일대 비행금지구역 확대가 서북 도서 및 수도권 방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뒤늦게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서해 상공을 비행하는 민간 항공기나 인천국제공항 안전도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남북이 합의한 MDL 비행금지구역은 화물기를 포함해 민간 항공기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NLL 일대에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남북은 군사공동위원회가 구성되면 비행금지구역 확대를 협의할 예정이다.

◇北 방사포 신형 포탄 훈련

북한은 올 들어 핵·미사일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에 대한 연구 개발도 꾸준히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이달 들어 평안북도 선천 훈련장에서 122㎜ 방사포탄(다연장 로켓탄) 수발을 발사했다. 정보 당국은 이것이 사거리와 위력이 증가한 신형 포탄의 시험 발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정밀 분석 중이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개발 중인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발사 시험을 남북, 미·북 정상회담 등을 이유로 2차례 연기했지만 북한은 계속 무기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또 예년 규모의 군사 훈련을 계속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평안북도 영변의 한 군사훈련장에 우리 육·해·공군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 본청 건물과 흡사한 8각형 모양의 건물을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포격·폭격 훈련 또는 특수부대 훈련용으로 분석 중이다.

그런데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군사 훈련에 대해 연일 별일이 아니라는 듯한 반응을 하고 있다. 이날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방사포 사격에 대해 "통상적인 활동"이라고 했다.

전날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황북 삭간몰 기지에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이미 파악하고 있었으며, 통상적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北 한국군 단독 훈련까지 비난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이어 한국군 단독 훈련까지 비난하고 나섰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기관지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엄중한 위반 행위, 무모한 망동'이라는 논평에서 한국군 단독 군사훈련인 '호국 훈련'과 '태극 연습'을 "도발적인 불장난 소동"이라고 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9일까지 실시된 호국 훈련은 육·해·공군, 해병대가 함께 매년 실시하는 방어적 성격의 야외 기동 훈련이다. 지난달 29일부터 4박5일간 진행된 태극 연습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실시되는 모의 전쟁 훈련(CPX)이다. 태극 연습은 지난 6월 말 실시 예정이었으나 미·북 정상회담 이후 대북 대화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한 차례 연기됐었다. 북한이 한국군 단독 훈련까지 비난한 건 이례적이다. 최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메아리' 등 대남 선전 매체들은 대대급 이하 소규모로 진행되는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MEP) 실시에 대해서도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민족 끼리는 이날 "호전광들의 전쟁 연습 소동들은 적대 행위의 전면 중지를 확약한 북남 군사 분야 합의에 대한 엄중한 위반 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에서는 화해의 손을 내밀고 돌아앉아서는 동족을 해칠 칼을 벼리는 남조선 호전광들의 무모한 망동은 그 무엇으로서도 합리화될 수 없다"며 "대화와 군사적 대결, 평화와 전쟁 연습은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6/20181116003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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