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의 삭간몰 미사일 기지 운영을 "대사기극"이라고 규정한 뉴욕타임스(NYT)가 과장된 보도로 여론을 호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SSRC)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은 13일(현지 시각)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제대로 된 보도 대신 극단적인 과장을 내밀면 그 기사를 1면에 싣도록 편집자들을 설득할 수는 있겠지만 독자들에게는 몹쓸 짓을 하는 것"이라며 "미·북은 북한의 미사일 폐기는 커녕 배치를 막는 일조차 합의하지 않았다. 미국은 그런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상호적 조치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걸 국장은 "미사일 배치와 생산 유예를 위한 협상은 북한이 핵분열 물질 생산을 중단한 뒤, 북한의 핵·미사일 자산 목록의 완전한 신고에 관한 대화가 열리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018년 11월 12일 공개한 북한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미사일 기지의 위성사진. 사진은 올해 3월 29일 찍은 것으로 되어 있다. / CSIS

시걸 국장은 워싱턴포스트(WP)가 NYT와는 달리 ‘북한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어긴 것인가’라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올바른 답"을 보도했다고도 평가했다. WP는 이날 전문가들을 인용해 CSIS 보고서에서 확인된 미사일 기지가 여러 측면에서 우려스럽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 싱가포르 미·북 합의를 어긴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시걸 국장은 CSIS 보고서를 집필한 조셉 버뮤데즈 연구원과 빅터 차 한국 석좌, 리사 콜린스 연구원도 NYT가 제기한 회의론이 아닌 사실만을 정리해 보고서에 담았다고 했다. 시걸 국장은 "보고서에서는 미 정보기관이 삭간몰 미사일 기지를 비롯한 다른 15개 기지를 오랜 기간 관찰해왔다고 밝히고 있다"며 "주 집필자인 버뮤데즈 연구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이들 기지에서 ‘작은 인프라 변화’만 관측됐다고 썼을 뿐, 북한이 지속적으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쓰지는 않았다"고 했다.

시걸 국장은 "북한이 다른 10여곳의 기지에서 재래미사일과 핵탄두 발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는 NYT의 주장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CSIS의 보고서는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CSIS 보고서는 삭간몰에 배치된 화성 5·6호 단거리 미사일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해 보이긴 하지만, 한·미의 재래식 전력 우위에 대비한 북한의 통상적 노력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보고서는 일본을 사정거리로 하는 중거리 미사일도 삭간몰 기지에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걸 국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의 배치·생산을 협상하는 것이 단거리 미사일을 논하는 것보다 훨씬 시급하다"며 "핵무장이 아니라 재래식 억지력인 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을 과장해 북한의 불성실함을 앞질러 비난하거나, 본격적으로 핵 외교를 시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말고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없애고 억제하기 위한 협상에서 할 일은 아주 많다"고 했다.

1990년대 1차 북핵 위기 때부터 한반도 문제를 연구해온 시걸 국장은 미국 내 대표적인 햇볕정책 지지자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북한 뿐 아니라 미국이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며, 특히 미국이 북한의 체제보장을 하지 않은 탓이 크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4/20181114022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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