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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리선권 막말' 그냥 넘길건가

기사승인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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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정치부 기자
이용수 정치부 기자

북한의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지난 9월 남북 정상회담 수행차 방북한 대기업 총수들 앞에서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며 면박을 줬다는 얘기가 처음 나온 건 지난달 29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였다. 야당 의원의 질의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고 하면서 리선권의 '냉면 발언'은 기정사실이 됐다.

누군가의 망언·설화(舌禍)가 일주일 넘게 기삿거리가 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냉면 발언' 논란은 열흘 가까이 뜨겁다. 정부로선 달갑지 않을 것이다. 대북 정책에 대한 지지 확보를 위해 핵무장, 반(反)인권, 독재 왕정의 이미지를 '세탁'해야 하는데 '대남 갑질' '안하무인' 이미지까지 덮어쓰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 탓만 할 수도 없다. 정부·여당이 자초한 일이기 때문이다.

리선권의 막말이 전해진 직후만 해도 여권에선 "일을 망치려고 작정한 것"(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용납할 수 없다"(서훈 국정원장)는 반응이 나왔다. 여기서 그쳤다면 리선권 막말 파동은 11월 달력을 열기 전에 잊혔을 것이다.

하지만 여당 원내대표가 "재벌 총수들에게 직접 전화를 했는데 그런 일(냉면 발언)이 없었다고 하더라"고 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여당은 입을 맞춘 듯 "사실관계가 불분명하다" "(사실이라 해도) 농담 아니냐"고 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5일 '문화 차이'를 거론하며 "(평양에서 받은) 엄청난 환대를 훼손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급기야 6일 여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야당을 겨냥해 "평화를 반대하느냐"고 했다. 청와대·여당의 '리선권 감싸기'에 야당이 통일부 장관 해임 결의안을 내는 등 파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북한에 온정적인 현 정부가 회담 상대인 북한을 어느 정도 '배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이 아들뻘인 3대 세습 독재자에게 "용단에 경의를 표한다"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고 하는 것도 그럴 수 있다 치자.

하지만 그 부하들이 대한민국을 능멸하고 우리가 이를 쉬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조 장관은 대한민국을 대표해 남북 회담에 나선다. 1962~63년생으로 알려진 리선권은 자기보다 대여섯 살 많은 조명균 장관을 올해만 7~8차례 상대했고, 만날 때마다 조 장관을 아랫사람 대하듯 했다. 조 장관은 매번 그냥 넘겼고 지난달 만남 땐 '심기'를 거스를까 봐 탈북민 기자의 취재까지 막았다. 회담 성공에 집착한 나머지 언론 자유와 탈북민 인권까지 짓밟은 것이다.

남북 관계가 좋아진다는데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들이 훼손되고 있다. 정부의 대북 저자세가 계속되면 더한 일도 벌어질 수 있다. 북한의 막말에 정색하고 "부적절한 발언 삼가라"고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남북 관계도 건강해지고, 국민도 박수를 보낼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06/2018110603859.html

조선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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