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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 테리] 美·北 평화협정 체결을 결코 서둘러선 안 되는 이유

기사승인 20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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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美 훈련 중단 발표하며 '전쟁 게임' 北의 왜곡 받아들여
유해 송환·시험장 폐쇄 조치에 김정은, 9월 UN 총회 연설할 수도
北核 폐기 없이 美 양보만 하면 韓·中·日 군비 경쟁 벌어질 것
 

수미 테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
수미 테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성급한 승리를 외치고 있지만 현실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해체하고 있다는 신호는 없다. 오히려 북한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전과 회담 중, 그 후에도 핵·미사일 무기 프로그램을 가동해왔다는 사실이 최근 미국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지금 김정은 위원장이 노리는 것은 외교적 고립 탈피와 핵 보유 국가로 국제적 인정을 받는 것이다. 한·미 동맹을 약화시켜 한반도에서 입지 강화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은 미국에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으며 이어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어 미국의 핵우산과 주한미군의 존재 근거를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북한은 이 목표가 실현 가능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왜냐하면 '북한 핵 위협은 끝났다'고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올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까지는 대북 협상을 거대한 외교적 승리로 포장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 결정을 발표하면서 이 방어적 훈련을 '전쟁 게임'으로 왜곡한 북한 측 주장을 그대로 따랐다. 이는 미국이 북한에 중대한 양보를 할 의사가 있다는 신호를 줬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관계를 경시(輕視)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도 했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 능력을 줄이는 대신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철수하고 북한과의 조기(早期) 평화협정에 합의한다'는 시나리오를 트럼프 대통령이 묵인할 것이라고 김정은이 계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협상팀은 물론 북한이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완전히 신고하고, 비핵화 로드맵과 일정표, 검증 메커니즘에 동의해 실질적으로 핵무기를 해체하길 원하고 있다. 미국이 평화협정이나 경제적 양보를 하기 전에 말이다. 반대로 북한은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에 미국이 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북한의 계획은 성공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대한 진척이 있었다고 선언할 수 있도록 약간의 행동만 취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북한은 미군 유해를 송환하거나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쇄할 수 있다. 이런 '양보'들이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하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와의 두 번째 정상회담을 위해 오는 9월 UN 총회 연설 초청을 받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문제는 미국이 '화염과 분노'라는 협박으로 복귀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플랜 B(또 다른 계획)'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급히 합의하면서 '제재를 통한 최대 압박'이란 중요한 '대북 지렛대'를 상실했다.

더욱이 중국이 대북 제재의 고삐를 늦추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이미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중 무역 전쟁을 벌이는 마당에 중국이 미국과 대북 제재 공조에 나설 이유는 별로 없다. 북한이 미사일·핵무기 실험 등으로 미국을 명백하게 도발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이 '예방 전쟁 불사(不辭)' 같은 협박을 해도 신뢰도는 예전만 못할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해체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고 주한미군 철수까지 고려한다면 이는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 더욱 취약해져 '자체 핵무장'이나 인접한 핵 보유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신경 쓴 핀란드처럼 '대북(對北) 중립'이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한국은 자체 핵무장을 더 선호하겠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일본의 핵무장으로 귀결된다. 여기에 중국까지 가세하면 1차 세계대전 직전 영국·독일 군함 경쟁과 유사한 한·중·일 군비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의미 있는 양보를 얻어내지 못하고 양보만 한다면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 세계 질서)'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다. 미국의 신뢰와 안보 공약이 아시아와 유럽에서 추락하고 중국·러시아 같은 비(非)자유주의 국가들이 동유럽부터 남중국해까지 무력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이런 재앙적 결과를 막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하지 않는 한 평화협정에 서명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한 달여 행동으로 볼 때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스스로 폐기에 나서진 않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8/2018071803725.html

조선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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