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은 17일 북핵 협상과 관련해 "시간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에서 공화당 의원들과 만나 "북한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면서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북한과 잘 지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있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백악관은 북한과 협상이 시작될 때만 해도 북핵 폐기는 시한(時限)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년 내 폐기'를 말했고, 볼턴 안보보좌관은 지난 1일 "1년 내 북핵·생화학무기 폐기 방안이 있다"고 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6·12 미·북 정상회담 직전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시간 벌기를 허용해주는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트럼프도 시간을 끈 과거 대통령 방식이 실패했다고 해왔다. 그러던 말이 180도 뒤집힌 것이다.

미국의 이런 표변은 아무 내용 없는 6·12 미·북 정상회담 때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북핵 폐기는 뒷전으로 물러나고 엉뚱하게 미군 유해 찾는 협상을 부각시키려 안간힘이다. 10여 년간 지켜왔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 원칙도 이미 흔들린 상황에서 핵 폐기 시한까지 풀어주면 북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다. 북은 비핵화를 하는 척하며 시간을 보내고 이를 미국이 용인하면 그사이 중국의 대북 제재는 점점 더 이완된다. 결국 국제사회가 북을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받아들이는 날이 올 수밖에 없다.

지금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에 목을 매고 있다. 이 선거에서 지면 탄핵 위기에 몰린다. 선거 때 '북핵 해결'을 업적으로 내세우려 했는데 벽에 부닥치자 이제는 되지도 않는 비핵화를 무언가 있는 듯이 포장하려 하고 있다. 거꾸로 김정은이 칼자루를 쥔 꼴이다.

트럼프를 늪에 빠뜨리는 데 성공한 북한은 이제 제재 해제를 본격 요구할 것이다. 이미 중국은 국경 무역을 사실상 재개했고 러시아는 석탄 수출 제재도 무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경계해야 할 한국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산으로 눈속임해서 파는 석탄인줄 알면서 수입을 사실상 두고 보았다. 명백히 유엔 제재를 위반한 화물선이 24차례나 우리 항구를 드나들었다. 개성공단 등 남북 교류·협력 재개를 기정사실로 하는 걸 넘어 이를 중단할 경우 국무회의와 청문 절차를 거치게 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모든 상황이 북의 핵보유 성공으로 가고 있는데 이를 막고 나서는 정부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우리가 이 심각성을 깨닫게 될 때면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돼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8/20180718037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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